원/달러 환율 1220원 되면 국내 기업 환차손 1조원

달러 등 외화로 대출을 받은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외화대출 상환에 따른 부담도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1220원을 넘어서면 환차손 규모가 1조원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입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외화대출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현황을 점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는 흐름을 보여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 등의 환차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현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6개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규모는 65억달러로 집계됐다. 2011년 150억달러와 비교해 5년만에 절반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외화대출 가운데 엔화 대출은 25% 정도에 불과했다. 5년전 80억달러였던 엔화 대출은 다른 외화대출에 비해 감소세가 더 컸다. 2010년부터 신규 외화대출을 해외 사용용도로 제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외화대출 규모로만 보면 위험도는 크지 않다는게 금감원 판단이다. 하지만 최근 환율 급변동에 따른 환차손 리스크에는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외화대출 규모뿐 아니라 외화대출을 받은 시점의 환율 등도 면밀히 점검했다. 이 결과 분석 작업을 시작했던 지난해 12월 중순 원/달러 환율 1186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50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지난해 종가 원/달러 환율이 1205원인 것을 감안하면 환차손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특히 원/달러 환율이 1220원으로 오르면 5000억원의 환차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총 환차손 금액만 1조원을 넘는다. 원/달러 환율이 20원가량 오를 때 500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1250원 안팎이 되면 2조원까지 환차손이 늘어난다. 이는 국내 6대 시중은행만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인 만큼 국내 전은행 등으로 확대하면 환차손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추이와 환율 상승 흐름 등 리스크 요인을 보면서 외화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차원의 준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인사는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 몇몇 중소기업이 큰 손실을 입은 ‘키코 사태’ 이후 기업들이 ‘환헤지 보험’에 제대로 가입하고 있지 않다”며 “환헤지 보험에 가입하거나 주거래은행을 통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환헤지 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