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뇌물' 이재용 부회장 15시간 넘게 조사 뒤 귀가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대가성 특혜지원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새벽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시간 넘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14일 새벽 1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나왔다. 전날 오전 9시30분 조사를 시작한 뒤 15시간30여분만이다. 이 부회장은 '순환출자 관련해서 청탁한 사실이 있나'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순환출자, 경영승계 관련해서 얘기 나눈게 있느냐'는 등의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채 기다리던 차량에 탑승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처음 소환됐을 때도 22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430억원대 지원을 약속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최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비정상적인 과정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합병 과정에 수사력을 모았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압력을 가한 사실이 확인되자 특검은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가성에 대한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은 이에 3주간 보강 수사를 해 왔다. 이를 통해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외에 삼성 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의 과정에서 삼성이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 이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관련 조항 때문에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공정위는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했다가, 두 달 뒤 500만주로 줄여 발표했다. 특검은 공정위가 결정을 번복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역시 특혜성이었다는 것이 특검의 결론이다. 이 회사는 당시 3년 연속 적자상태였음에도 삼성물산 합병 직후인 2015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 상장 규정을 개정해 상장이 가능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 전 수석의 39권 업무수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재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역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지시로 공정위가 추진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에 삼성의 청탁이 있었는지 역시 수사 대상이다. 이 제도는 금융사와 제조업체를 함께 보유한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금융사들만 지배하는 중간 단계의 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하는 것으로, 삼성생명 등 금융사를 보유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유리한 제도로 분석됐다.

특검은 관련 내용에 대해 이 부회장을 상대로 캐물었으나 이 부회장은 모두 '특혜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검토해 이르면 이날 중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검은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황성수 스포츠기획팀장 전무의 신병처리 방침도 이 부회장과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