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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헌법의 재해석

광화문 머니투데이 박재범 정치부장 |입력 : 2017.03.11 04:15|조회 : 20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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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분'이면 충분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선고하는 데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1시간 정도 걸릴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헌법재판소는 깔끔한 문장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결론을 못 봤거나 애써 무시했다. ‘혹시’와 ‘설마’가 ‘역시’로 현실화되는 세상에 살면서 감각을 잃은 탓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잊었기 때문이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 세상 속 당연한 것을 간과하는 데 익숙해진 게 우리다.

헌재는 우리의 기억을 깨웠다. 잊었던 우리의 기본을 되살렸다. ‘헌법 질서 수호’가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 우리 서로간 약속을 지키자는 주문이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했다. 박근혜는 이 약속을 어겼고 이 질서를 파괴했다. 헌재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도 책임을 물었다. ‘거짓말로 숨기려 한 것’ ‘검찰 수사, 특별검사 수사에 응하지 않은 것’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 과정 역시 지켜야할 ‘헌법 질서’이자 ‘약속’이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는 표현은 헌재의 솔직한 속내다. 헌재는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파면 사유’라고 명확히 했다. 그렇게 헌재는 헌법을 과감히 해석했다. “잘못하면 헌법으로 불의를 물리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거다. 과거 독재 권력에 의해 유린 당해왔던 헌법이 권력에 날린 멋진 한방인 셈이다. 안창호 헌재 재판관이 보충 의견에 담은 “정치적 폐습 청산을 위한 결정”이라는 표현도 좋은 예다. “상식적이고 헌법을 준수하는 대통령상을 만든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커다란 획을 그은 것”(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란 평가도 마찬가지다.

물론 헌재의 과감한 해석을 가능케 한 것은 시민들이다. ‘대통령 파면’은 표면적 결과에 불과하다. 주목할 것은 ‘민주주의의 새 역사’다. 우리는 소중히 지켜온 민주주의를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발전시킨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 2강을 자부하는 중국도, 경제 강자인 일본도 민주주의 후진국이다.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의회민주주의와 시민민주주의가 결합하며 새로운 민주주의가 탄생했다. 과거 촛불이 한 진영의 전유물이었다면 이번 촛불은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보수냐 진보냐’의 진영 대결이 아닌 “이게 나라냐?”는 자조가 만들어낸 게 촛불이다. 1987년 거리에서 탄생한 민주주의가 ‘대통령 선거’를 낳았다면 30년뒤 진화한 민주주의는 평화 속 국회를 추동하고 헌재의 헌법 재해석을 이끌었다. 충분히 박수 받고 서로 칭찬해 줄 일이다.

다만 민주주주의 진화, 승리 과정에서 생긴 상처도 있다. 진영간, 세대간 분열이다. 별 것 아닌 듯 치부할 수 없는 상처들이다. 통합을 강조하지만 ‘외침’과 ‘다짐’만으로 쉽사리 치유될 상처인 지 장담할 수 없다. ‘탄핵 이후’을 맞이할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는지도 걱정이다. 적폐청산, 통합, 개혁 등 시대적 과제는 분명한 데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당장 60일간의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상처를 더 깊게 하는 일들만 생길지 모른다. 곳곳에서 또다른 분열의 싹만 만들어질 수도 있다. 탄핵이 결정된 3월 10일, 민주주의 진화에 대한 기쁨과 ‘탄핵 이후(포스트 탄핵)’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한다. 지난 석달보다 더 힘든 60일, 그리고 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광화문]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헌법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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