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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때 잘해"…없으면 생각나는 소중한 내 친구

[아이가 꿈꾸는 서재] <39> '내 친구는 수다쟁이',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

아이가 꿈꾸는 서재 머니투데이 박은수 기자 |입력 : 2017.04.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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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올해 5살이 된 아린이는 집에서 TV 보는걸 제일 좋아합니다. '뽀로로부터 짱구까지' 오늘도 만화 돌려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워킹맘이니 난 바빠, 피곤해'라는 핑계로 아이를 하루 1~2시간씩 TV 앞에 방치한 결과입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라면 혼자 TV 보든 것보다 책 읽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말이죠. '아이가 꿈꾸는 서재'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1주일에 1~2권씩이라도 꾸준히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모든 엄마의 바람도 함께.
① 내 친구는 수다쟁이

"있을때 잘해"…없으면 생각나는 소중한 내 친구
"아린아, 밥 먹자~", "아린아, 밥 먹자~"
"양치하고 잘 준비 해야지", “양치하고 잘 준비 해야지"
"그만 따라해", "그만 따라해"
"너 진짜", "너 진짜"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 마냥 아이가 말 따라하기 장난을 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놀이인데,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나 봅니다. 피식 웃으면서도 이 놀이를 빨리 끝내야 잘 수 있는데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이럴 때 필요한건? 따라하기 놀이를 끝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골탕 먹이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듭니다.

"아린이는 바보", "…"
(작전 대성공!)

"그 대신 따라하는걸 좋아하는 곰돌이랑 벌새 얘기 해줄게. 여기서 곰돌이는 엄마, 아린이는 벌새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게 그림책 '내 친구는 수다쟁이'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있을때 잘해"…없으면 생각나는 소중한 내 친구
페루의 깊은 산속에 살고 있는 곰돌이와 벌새는 아주 친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곰돌이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친구 벌새의 수다입니다. 곰돌이가 맛난 간식을 먹으려 하거나 등을 나무에 대고 긁을 때, 낮잠을 자려고 할 때에도 벌새가 날아와 쉴새없이 재잘거립니다. 그러면서 곰돌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따라하죠.

혼자 평화로운 시간을 갖고 싶었던 곰돌이는 꾹 참아 보지만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귀찮아, 제발 날 좀 내버려둬. 따라오지마" 소리치며 숲 속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숲 속으로 혼자 들어간 곰돌이는 과연 행복했을까요? 혼자 있어 좋은 것도 잠시, 곰돌이는 자꾸만 벌새가 생각났습니다. 사과를 먹을 때도, 나무에 등을 긁을 때도, 잠을 자려고 할 때도 벌새가 자꾸만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벌새가 있으면 좋겠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게 된 벌새는 곰돌이에게 말해 줍니다. 쉴 새 없이 말을 건 이유는 곰돌이가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고, 곰돌이가 하는 건 늘 다 멋져 보여서 따라한 것이라고. 곰돌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벌새의 말에 깜짝 놀라지만 벌새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루는 너무 귀찮게 매달리고, 안아 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들리는 아이의 대답은 "엄마가 좋아서 그래".

순간 아이에게 너무나 부끄러워졌습니다. 엄마가 좋다는데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요? 아마 벌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의 눈엔 엄마가 멋지고 근사해 보일 겁니다.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하는 엄마의 모습을 흉내내는 아이들처럼 말이죠. 오늘 전 곰돌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내 친구는 수다쟁이= 니컬러스 존 프리스 지음, 정화진 옮김, 미디어창비 펴냄, 40쪽/1만2000원


②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
"있을때 잘해"…없으면 생각나는 소중한 내 친구
늦은 밤 네 명의 친구들이 살금살금 숲속을 움직입니다. 까치발로 천천히. 한 마리 새를 잡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씩 새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습니다. 바로 코앞까지 간 친구들. 하나. 둘 셋! 새를 잡기 위해 준비한 채를 휘둘렀지만 놓치고 맙니다.

저만치 날아간 새. 이번엔 나무 위에 앉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안녕, 짹짹아?"
4명의 친구 중 제일 키가 작은 친구가 고요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를 깨버립니다. 당황한 3명의 친구들이 "쉬, 쉬잇, 조용히 해"라고 주의를 줍니다.

다시 한번 숨을 죽이고 천천히 '하나, 둘 셋!', 이번엔 잡았을까요?
안타깝게도 새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친구들을 따돌린 채 유유히 날아갑니다. 이어 호숫가에 앉은 새를 잡으려던 3명의 친구들은 물에 빠지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키 작은 친구는 새에게 빵 부스러기를 내밉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수십마리의 새들이 날아드네요.

"있을때 잘해"…없으면 생각나는 소중한 내 친구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는 새를 발견하고 누군가는 반갑게 인사하고, 나머지가 주의를 주고, 결국 새를 놓치는 단순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누구는 새를 잡고 싶어하지만, 누구는 새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먹을 것을 나눠주는 친절을 베풉니다. 새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벌어지는 소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약자를 포옹하는 힘, 남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에 관한 메시지를 단순하고 유머러스한 그림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또한 이 책의 매력은 성별, 나이, 인종을 알 수 없는 단순화된 캐릭터들과 종이를 큼지막하게 오려 붙인듯한 그림들입니다. 단순한 배경과 파란 숲에서 진행되는 밤 사냥의 분위기는 더욱 스릴있게 느껴지며 아이들이 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나, 둘, 셋"을 읽을 때는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새를 놓치면서 "아아코"하고 발랑 넘어지는 연기를 하면 아이들이 까르륵 더욱 재밌어 합니다.

◇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 크리스 호튼 지음, 노은정 옮김, 비룡소 펴냄, 40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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