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추경 시정연설에 野 "취지엔 공감"…돋보기심사 예고

머니투데이

구경민 우경희 정영일 이건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정연설에 나섰다. 추경예산 편성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일단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추경 취지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일자리로 포장된 불요불급 사업예산은 없는지, 추경예산의 요건에 충족하는 지 등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겠다며 돋보기 심사를 예고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추경 요구에 동의할 수 없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9분간 시정연설을 진행,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구체적인 추경 편성 계획을 제시하며 야당을 설득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이날 오전 국회의장과 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대표는 한국당이 빠진 상태에서 추경심사에 전격합의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과의 차담회와 의장과 3당 대표 회동에 모두 불참했다.

시정연설이 끝나자 한국당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추경심사 의사일정에 합의해 줄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번 추경이 일반적이 일자리 확충을 위한 추경이 아닌 일반적 추경과 다를 것과 없지 않느냐. 제1야당이 빠진 상태에서 추경 심사에 협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제가 아는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또 추경 심사 일정 거부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시정연설이 끝난 후 논평을 내고 "시정연설 대부분을 추경에 할애하며 청년과 소방관, 여성 등을 향해 '감성적 일자리론'을 폈으나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일자리 대책만 나열했을 뿐"이라며 "그 부작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대책없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과 관련해 고용문제해결을 시급한 과제로 설정한 것에는 공감하지만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명길 국민의당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논평을 내고 "청년실업과 사회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져가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공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은 "공무원 증원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증원에 앞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공무원을 증원함으로써 향후 수 십 년 동안 국가재정에 부담을 안기는 것이 면밀히 검토된 것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대변인은 "일자리로 포장된 불요불급 사업예산은 꼼꼼히 살펴 삭감할 예정"이라며 "가뭄대책 등 시급한 민생예산이 추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와 행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은 무턱대고 찬성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면서 철저한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추경은 일시적인 것으로 그야말로 단기처방용 예산인데 청년실업, 소득양극화 등과 같은 장기적, 구조적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추경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무원 1만 2000명 채용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며 "더욱이 공무원 채용 예산이 실제 투입되는 시점은 내년이다. 올해 정부예산에 반영하면 되는 것으로 추경에 공무원 채용 예산을 반영한 것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건전한 재정설계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정확한 수요예측과 평가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바른정당은 국민의 혈세가 선심성 복지, 당선축하용 추경이 아닌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