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한국인, 日대기업 임원된 비결은?

김보경 마이나비코리아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어차피 평생 ‘가네코’(金子, 일본 성(姓)씨 중 하나)가 아니라 ‘기무’(‘김’의 일본 발음)예요. 바꿀 수 없는 걸 고민하지 말고 ‘기무’임에도 잘해낼 수 있는 걸 찾아야죠.”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김보경 마이나비코리아 대표(32)는 화제의 인물이다. 마이니치신문 자회사로 일본 대표 취업회사인 마이나비에 그는 2011년 첫 외국인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5년 만에 부사장을 달고 지난달 한국지사 대표로 승진했다. 연매출 1조1300억원에 직원 7000명을 거느린 마이나비 그룹 대표이사 중 유일한 여성·외국인이다.


첫 외국인 사원이 임원에 오르는 과정은 험난했다. 외국인이라고 시비거는 상사도 있었고, 실적을 못낼 거란 불안감도 수시로 찾아왔다. “외국인이라 한계가 있겠지 생각한 순간도 있었지만 평생 ‘가네코’가 아니라 ‘기무’이기에 상황을 타개할 다른 걸 찾았죠.”

그가 떠올린 건 ‘영업실적’과 ‘영어’. 입사 당시 그는 회사들을 찾아다니며 마이나비를 통해 구인광고·전형을 치르라고 설득하는 영업을 맡았다. “영업은 객관적 숫자로 보여주잖아요. 또 일본인들이 대체로 영어에 약하니 영어로 승부를 봐야겠다 싶었죠.”

그는 일본어가 부족한 대신 성실함, 예의 등 기본에 노력을 쏟았다. 파트너사 미팅 후엔 감사인사를 꼭 보냈고, 사업 분석 자료 등 약속한 제안서는 반드시 시간 내 보냈다. 간단하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집, 회사 가리지 않고 업무에 전념했다.


그를 보는 회사의 시각도 달라졌다. ‘외국인이니까 못하겠지’에서 ‘외국인이라 더 열심히 하네’로 바뀌었다. “상사와 거래처 분들이 ‘외국인 노동자가 열심히 한다’며 자존심 내세우는 일본 사원들보다 저를 더 편하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 그에게 식사제안을 했다. "제가 주간 영업실적 1위를 한거죠. 사장이 외국인 사원의 1위 소식에 놀랐더라고요." 이날 이후 그는 평범한 사원에서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관심을 갖는 '인재'가 됐다.

김보경 마이나비코리아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영어실력도 꾸준히 키웠다. 퇴근 후 영어책을 읽고 문제집을 풀었다. 동료들이 영어로 이메일을 쓸 때마다 도와주자 소문이 났다. “어느새 회사에서 ‘영어가 필요하면 김보경한테 가’ 이렇게 됐어요.” 자연스레 미국 등 해외출장은 그의 차지가 됐고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더 자주 찾아왔다. 한 번씩 해외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구나' 등 아이디어도 함께 늘었다. 그는 “지금은 한국지사 대표지만 뉴욕지사장이란 꿈에, 이제 거의 도달했다”고 말했다.

취업이 힘든 한국청년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 “상황이 많이 어렵지만 당장 외부환경을 바꾸긴 어려우니 그 안에서 자신만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찾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