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공지진 규모, 韓 5.7 vs 美·中·日 6.1~6.3 왜?

3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발생한 인공지진 규모를 두고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이 서로 다르게 추정했다. 인공지진 규모는 핵실험 폭발력과 직결돼 핵실험의 성공 여부와 폭탄의 위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따라서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는 작업은 향후 대응 전략 수립에 밑바탕이 된다.


이날 우리 기상청은 낮 12시29분에 발생한 북한지역 인공지진 규모를 5.7로 다른 나라보다 낮게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6.3, 일본은 6.1로 지진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진의 경우 규모가 1.0 올라가면 해당 핵실험의 폭발력은 대략 13배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규모 0.4~0.6 정도의 차이면 폭발력을 몇 배 이상 다르게 추산할 수 있는 셈이다. 자연지진은 규모 1.0 증가에 에너지는 32배가 늘어난다.

기상청은 관측소 위치가 다르고 계산법 등도 상이하기 때문에 분석한 규모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관측소에서 측정한 지진 에너지와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관측소까지 거리 등을 감안해 지진 에너지를 역산해 그 규모를 측정한다"며 "지진파가 전파되는 동안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계산을 하는데 그 방식이 나라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관측소까지 전파되는 동안 지나가는 지각의 성질 등에 따라 계산 차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진 규모를 분석하는 단위 차이도 또 다른 변수다. 인공지진 규모를 분석할 때 우리나라와 미국은 MB(실체파 규모) 단위를 쓰는 반면 일본과 중국은 일반적인 자연 지진 규모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 단위인 ML(지역규모)을 기준으로 한다.

기존에 축적한 지진 데이터의 차이 역시 계산에 영향을 미친다.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거듭 하다 보면 규모를 계속 수정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 기상청도 애초 5.6에서 5.7로 상향 조정했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 또한 처음 5.6으로 발표하고 30분쯤 후 규모를 올려잡았다.

지진의 위력은 이번 핵실험이 북한이 주장한 대로 완전한 수소폭탄인지를 파악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기상청 분석대로 폭발위력이 50kt(킬로톤) 수준이면 수소폭탄 실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수소폭탄은 100kt이 넘는 폭발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측정이 맞다면 그 폭발력(100kt)을 고려할 때 수소폭탄 실험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핵실험 폭발력을 짐작할 수 있는 함몰지진(땅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지진) 발생을 두고도 우리 기상청과 중국 지진국의 입장이 달랐다.

이날 중국 지진국은 5.7 규모의 지진 발생 8분 후에 함몰로 인한 4.6 규모의 지진이 다시 감지됐다고 발표했다. 우리 기상청은 파악한 것이 없다면서도 다만 중국의 관측대로 함몰지진 발생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함몰지진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지진계만이 파악할 수 있어 풍계리와 400~600㎞ 떨어진 국내 관측소에서는 감지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경우 함북과 같은 백두산 인근에 여러 지진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몰지진은 핵실험 등의 폭발력이 크면 땅이 꺼지면서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