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버틴다" 치킨값 인상, 시간문제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박상빈 기자

"더는 못버틸 것 같습니다. 정부 눈치를 보고 있지만 결국 인상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

최저임금 인상여파로 '국민간식'인 치킨 가격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올들어 종업원 인건비와 배달서비스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9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치킨가격을 인상하지 못한 업체들은 올들어 최저임금 16.4% 인상 여파로 가맹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자 가격 인상 시점을 검토하고 나섰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많은 가맹점은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는 상황"이라면서 "임대료와 재료비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가맹본부 차원의 가격인상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치킨가격이 대거 인상된 2012년 기준 최저임금은 4580원이었는데 올해는 7530원이다. 그 사이 임대료와 주요 원재료, 물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배달대행 수수료까지 500~1000원씩 인상되면서 점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통상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하거나 배달 대행업체에 맡긴다. 그러나 최저시급 인상으로 배달기사들의 이탈 움직임이 커졌다. 통상 배달기사 시급은 9000원으로 정부 최저임금 7530원보다 높지만, 고된 업무인 만큼 최저시급 인상분 만큼 올려줄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점포들이 건당 2000~3000원 가량인 배달대행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일부 대행업체들이 최근 건당 500~1000원씩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점주들이 난감함을 토로하고 있다. 매상 대부분이 배달에서 발생하는데 수수료가 오르면 그만큼 손에 쥐는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치킨업계도 이같은 가맹점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5월 가격인상에 나섰다 정부의 강한 압박에 철회한 전례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다. 이 와중에 임대료가 비싼 주요 상권 가맹점주들은 자체적으로 일부 메뉴의 가격을 500원에서 1000원씩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가맹본부는 소비자 항의 등을 우려해 가맹점들에게 본부가 정한 가격을 따라줄 것을 요구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비단 인건비 뿐아니라 원재료와 물품가격도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어 누군가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들 내색하지 않을 뿐 인상폭과 시기를 저울질하며 경쟁사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경쟁 당국의 갑질 근절 조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물품 범위를 최소화하고 물품 강매나 '마진 태우기'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프랜차이즈들은 필수물품 범위를 조정해야 하지만 본사 수익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 주저하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커진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를 향해 원재료 등 물품 가격을 낮출 것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와 본부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원가부담이 커진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라면서 "본사 역시 원재료값 인상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가맹점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데 양쪽 모두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