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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답없는 52시간 근로제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8.06.1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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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많았던 청탁금지법(김영란법)도 시행된 지 2년이 가까워지면서 그럭저럭 정착돼 가는 분위기다. 검찰이나 경찰이 식당이나 예식장 장례식장에 들이닥쳐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뒤진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겠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아 다행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청탁금지법이 사문화됐다는 것은 아니다. 3만원 한도를 넘어 5만원이나 10만원 안팎의 식사 대접은 때로는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과도한 접대는 거의 사라졌다. 경조사비도 평소 신세를 지고 가깝게 지낸 사람이라면 10만원 등 한도를 넘기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한도 안에서 주고받는다.

7월부터 300명 이상 기업들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기업마다 아우성이다. 청탁금지법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되고 선물이나 경조사비를 주고받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52시간 근로는 노동자와 사용자간 근무시간과 보상에 대한 문제여서 간단치 않다.

특히 근로시간과 급여체계가 단순한 생산직과 달리 화이트칼라 사무직은 근로시간 측정 자체가 어렵고 기존 포괄임금제를 채택해 특히 복잡하다.

알려진 대로 점심이나 저녁식사 때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근무시간으로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출장 중 근로시간 측정 문제 등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론사의 경우 기자가 업무와 관련해 책을 읽고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은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누가 답을 줄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로펌의 전문 변호사는 할 수 있을까.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과거 판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사무직의 경우 상당수 기업이 포괄연봉제를 채택했다. 기존 연봉에는 본봉과 함께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까지 포함돼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계기로 이를 40시간 근로에 대한 ‘본봉’과 40시간을 초과해 최장 12시간을 일하는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으로 쪼개야 한다. 애초 근로시간 측정이 쉽지 않은데 이걸 어떻게 나눈단 말인가. 기존 받고 있던 연봉을 전액 본봉으로 인정하고 40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선 추가 수당으로 지급하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렇게 주고도 버틸 기업이 얼마나 될까.

청탁금지법을 아주 엄격히 적용키로 하고 행정권력과 사법권력이 총출동해서 법 위반 여부를 뒤진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더 그럴 것이다. 7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를 엄격히 적용한다면 이를 지킬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상당수 기업의 대표이사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다. 답이 없는 문제를 내놓고 풀지 못한다고 기업을 옥좨서는 안 된다.

정부도 법원도 로펌도 제시하지 못하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의 정답은 최소 1~2년의 시간을 갖고 개별 기업의 근로자와 사용자가 상식선에서 하나씩 찾아갈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계기로 앞으로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이 확실히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일과 후 회식이나 이런저런 소모임, 워크숍이나 체육대회 같은 스킨십을 나누는 자리도 급속히 사라질 것이다. 이로 인해 구성원간 연대감이나 동료애, 회사에 대한 로열티 같은 것도 전혀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 경영진이 걱정할 것은 단순히 노동시간 감축에 따른 생산과 매출감소, 인건비 증가보다 이 같은 급격한 기업문화의 변화일지도 모른다. 경영 관점에서 보면 청탁금지법, 미투운동, 주 52시간 근로제 이들은 모두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쌍둥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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