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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국정감사 '봉'들의 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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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 이진우 부국장
더벨 이진우 부국장
'봉'. 국회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기업 대관 담당자끼리 주고 받는 얘기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다. 한 대기업에서 국회 대외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A부장 역시 자신과 동료들을 그리 부른다. 그는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서도 하루에 많게는 50~60잔의 커피를 의원회관 1층이나 2층 커피숍에서 실어 날랐다. 지난달에만 커피숍에서 제공하는 쿠폰에 찍어 놓은 스탬프가 500개가 넘는다. 커피 한잔에 3000원으로만 계산해도 줄잡아 150만원이 넘는다. 의원회관 1층 베이커리에서 빵과 케이크 등을 사고 적립한 포인트도 제법 쏠쏠하다. 물론 돈이 문제는 아니다. 모두 국회의원실 '관리'를 위해 들이는 품의 일환이다.

그가 이리 발이 닳도록 국회 문턱을 드나드는 이유는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면 각 상임위원회에서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을 무턱대고 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회장님, 사장님이 국회에 불려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설사 불려나가더라도 살살 다뤄주도록 해야 하고, 국감장에서 아예 무시를 해주면 더 고맙다. 지난주 국정감사가 끝나갈 무렵, A부장은 "이게 뭐하는 짓인지"라고 혼자 중얼거린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국회 의원회관 뒤 야외 흡연공간 등에는 대기업 대관 담당자, 보좌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옹기종기 수시로 모인다. 그 자리에서 서로 어떤 의원실에서 누구를 불렀다더라하는 식의 정보교환이 이뤄진다. 말이 교환이지 평소에 의원실을 잘 관리하거나 국감을 앞두고 읍소를 해가면서 겨우 알아내는 내용들이다. 일부 기업들은 그래서 아예 국회 보좌관 출신을 직접 대관 담당자로 채용하기도 한다. 이들이 가장 빛을 발휘하는 시기가 바로 국감시즌이다. 인맥을 활용해 증인 명단을 미리 빼내거나, 아예 증인에서 빼는 큰 임무가 주어진다.

또다른 대기업의 대관담당 B부장은 "기업인들을 불러야 대관 담당자들이 움직인다. 그냥 보좌관 차원에서 오라가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케이스는 국정을 감시하는 일 보다는 후원금, 자기 지역구에 대한 간접적 지원 또는 기부금과 관련이 있다"며 "의원실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눈치를 채고 알아서 챙겨주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국감을 전후해 여야의 다툼이 치열해지는게 오히려 유리하다. 정쟁으로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싸우느라 시간을 다 흘려보내면 그냥 하릴 없이 대기하다가 돌아가면 그만이다. 아니면 그냥 수준 낮은 질문과 태도에 최대한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면 큰 탈이 없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만 국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 갑질 이슈 탓인지 예년보다는 조금 '신중'해졌다.

3년 전 가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대목은 '한국어 실력'이었다. 그의 어눌한 일본식 억양이 더 화제였다. 기업인을 일단 불러 놓고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않거나, 질문만 하고 답변을 듣지 않는 의원들의 얘기는 이제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이런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부르짖는 것도 이젠 식상하다. 재계 입장에서는 잘잘못과는 별개로 그저 국정감사 '봉'들의 발품이 빛을 발해 어느 의원실에서건 '따뜻한 무관심'으로 일관해주면 그 자체로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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