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고유정, 전 남편 살해 후 시신 유기…완전범죄 꿈꿨나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씨(36)가 4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씨(36)의 신상이 일반에 공개된다.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씨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변호사, 정신과 의사, 언론인 등 7명의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하며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심하게 훼손 후 불상지에 유기하는 등 범죄 수법이 잔인하고, 그 결과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구속영장 발부 및 범행도구가 압수되는 등 증거가 충분하다"고 공개 사유를 밝혔다.

2009년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특정 범죄가 4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해당 요건은 피의자 신상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경우 등이다.

앞서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 등의 혐의도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완도행 배편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갔고, 경기도 일대를 거쳐 31일 거주지인 충북 청주에 이르렀다.

지난 1일 고씨를 긴급체포한 경찰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제주지법의 심병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 '계획범행' 가능성…흉기 미리 준비
고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고씨가 계획범행을 꾸몄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씨는 범행에 쓴 흉기를 범행 직전에 미리 준비했다. 또한 범행을 암시하는 '니코틴 치사량' 등의 살인 방법을 휴대전화로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찰이 고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이다.

아울러 그는 살해한 전 남편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는데, 경찰은 이를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했을 때, 경찰은 고씨의 계획범죄를 입증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은 지난 4일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 진술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수사에 혼선이 생기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논리상 맞지 않는 부분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 혈흔 행태를 분석하는 전문가도 투입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여)의 차량이 제주동부경찰서에 세워져 있다. 이는 고씨가 사체유기에 사용한 차량으로 알려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5일 오전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고씨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사진=뉴시스

◇시신 참혹하게 훼손…여러 장소에 유기
고씨는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제주를 떠나는 과정에서 여러 장소에 이를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체를 훼손하고 가방 등에 숨겨 여러 장소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8일 제주에서 완도로 향하는 여객선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시신 일부를 해상에 버렸다. 실제로 그가 시신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에서 물체를 꺼내 바다에 던지는 장면이 여객선 폐쇄회로(CC)TV에 찍히기도 했다.

경찰은 해경에 협조 요청을 하고 해당 여객선 항로를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유기한 시점이 1주일이 지난 만큼 시신 발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씨가 완도로 이동한 뒤 집이 있는 청주로 곧장 이동하지 않고 전남 영암과 무안, 경기도 김포 등을 거쳐 귀가한 점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가 이 기간 복수의 장소에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부분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고씨가 제주를 떠나기 전에 대형마트에서 종량제 봉투 수십장과 여행용 가방을 구입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범행 동기는 아직 오리무중
고씨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범행 동기가 양육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고씨와 A씨는 2017년에 이혼했고, 양육권은 고씨가 가져갔다. 그러나 다섯살 아들의 양육 문제로 두 사람 간의 사이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A씨와 아들의 만남을 막자 A씨는 법원에 면접 교섭 재판을 신청했고, 두 사람은 지난달 25일에 만나기로 했다. 이날은 고씨가 범행한 날이기도 하다. 고씨는 경찰에 "아들이 자고있는 동안 전 남편을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범행 현장에 실제 아들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의 유족은 법원 결정으로 A씨와 아들이 만나게 되자 고씨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밝혀낼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고씨의 구속 만료일인 오는 11일까지 수사를 이어간 뒤 검찰에 송치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사건 전말 규명에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