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날 특정 정당·후보자 반대칼럼 공개한 편집자…대법 유죄 확정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 특정 정당과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기사를 내보낸 한 인터넷신문사 편집기자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인터넷신문사 편집국 소속 기자 김모씨(34)에게 벌금 50만원과 함께 이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2016년 4월13일 시민기자가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아 내부사이트에 등록한 글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게재 가능한 기사로 등록해 외부에 공개한 혐의를 받았다.

이 글의 표현 중에는 '세월호 모욕 후보' '성소수자 혐오 의원' '반값등록금 도둑' 등이 있었다. 이와 함께 "당신의 한 표가 (이런 후보를) 걸러낼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글을 공개한 행위가 현행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특정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투표참여 권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해당 기사에 대해 통상적 칼럼의 범주 안에 있다”며 “ 단순한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를 넘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1심 법원은 “선거일 당일에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비판기능은 선거 공정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면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2심 법원은 “해당 칼럼은 특정정당과 후보자를 직접 거명하며 부정적 인식을 환기하는 내용을 담아 투표참여를 권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2심 법원은 김씨가 칼럼 게시를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하진 않았고, 공직선거법이 이후 개정돼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방식의 선거운동을 선거일에도 할 수 있게 된 점을 반영해 벌금 50만원형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 역시 2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