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링크' 빠진 카카오 댓글 대책, 실효성 있나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카카오 조수용 공동대표(왼쪽)와 여민수 공동대표가 25일 오전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열린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

카카오 (46,450원 ▼350 -0.75%)가 악성댓글 논란의 해법으로 연예 뉴스 댓글을 폐지한다. 인물 관련 검색어를 중단하고 카카오톡 ‘실시간 이슈’를 폐지했다. 향후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 서비스도 개편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최근 악성 댓글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그러나 카카오의 후속 대응책에는 아웃링크(뉴스를 클릭하면 기사를 생산한 언론사 웹페이지로 이동하는 방식)가 빠졌다. 포털 중심 뉴스 유통구조가 바뀌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연예뉴스 댓글 폐지’ 카카오 "뉴스·포털 재편 하겠다"= 카카오가 25일 밝힌 포털 뉴스 및 검색 서비스 개편안의 핵심은 연예뉴스 댓글 폐지와 인물 관련 검색어 서비스 중단이다. 먼저 이달 중에는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댓글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물 키워드에 대한 관련 검색어 제공도 중단한다. 해당 조치는 연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관련 검색어는 사용자가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검색어들을 노출하는 서비스다. 여론 조작 논란을 빚었던 실시간 검색어에 대해선 폐지를 포함한 개편 작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카카오톡 샵(#) 탭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없앤다. 유출 가능성이 차단된 환경이 조성될 경우 실시간 검색어 알고리즘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애초 취지와는 달리,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까지 뉴스 서비스를 비롯해 포털 관련 서비스 전반을 개편하겠다는 했다. 청사진으로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밝히며, 개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포털이 대중적인 콘텐츠를 선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사용자마다 각기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용자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추천 기술 적용범위 확대가 점쳐진다. 이미 카카오는 ‘루빅스’를 비롯한 AI 추천 기술을 뉴스를 비롯한 콘텐츠 서비스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전 국민이 똑같은 기사 나열을 보고 포털이 의제를 설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구독을 활용한 사용자 선택권 강화도 강조했다. 구독은 사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나 콘텐츠 채널을 등록하는 행위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구독 기반 콘텐츠 유통 방식을 카카오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포털 자체적으로 주요 섹션을 정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백화점식 유통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독 콘텐츠들을 나열하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선보일 전망이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뉴스 개편을 넘어 전체 포털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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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링크’ 빠진 대책… 근본적인 해결책 안돼= 악성 댓글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한발 앞서 대응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포털의 뉴스 유통 구조에 대한 개선책이 빠져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로 편중된 온라인 뉴스 소비구조가 언론의 조회수 경쟁을 유발하고 결국 자극적 기사가 재생산되는 기형적 뉴스 유통구조에 대한 개선책 없이 플랫폼 내부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구조에 기반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언론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악플과 여론 조작 등 댓글 부작용을 줄이고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포털이 아웃링크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사들의 의제 설정 권한을 강화하고, 실시간 검색어 의존에서 탈피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상 포털이 뉴스 유통 시장을 과점한 상황에서 법제화 또는 포털의 결단 없인 아웃링크가 실현되기 어렵다. 카카오는 댓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재검토 의사를 밝히면서도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아웃링크’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늘 자리에서는 뉴스를 포함한 전체적인 개편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며 “아웃링크에 대해선 현재로는 따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완전한 댓글 폐지나 인터넷실명제 도입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렵다”며 “아웃링크 등 근본적인 뉴스 생태계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악성댓글이나 댓글 여론조작 시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