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찾아내면 17억" 착한 해커 찾는 기업들

이른바 '착한 해커'로 불리는 화이트해커(white hacker·해킹 예방 보안전문가) 몸값이 갈수록 뛰고 있다. IT(정보기술) 산업 발전으로 시스템 취약성을 예방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항공기 등 거의 모든 제품이 디지털화하면서 화이트해커 같은 보안전문가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미국 IT업체 구글은 지난달 자사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에 탑재된 보안칩 타이탄M의 시스템 오류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최소 20만달러(약 2억3440만원)에서 최대 150만달러(약 17억6000만원)를 포상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취약점을 미리 찾아내면 거액을 주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화이트해커를 포상한 것은 2010년부터다. 기존에는 포상 수준이 높아야 20만달러였으나, 이번에 대폭 상향했다. 애플도 지난 8월 시스템 오류 발견자에 대한 상금 상한을 100만달러로 높였다. 미국의 화이트해킹 플랫폼 운영사 해커원(hackerone)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 오류 제보자에 대한 평균 보상액은 약 3380달러(약 396만원)로 2년 전보다 70% 급증했다.

배경은 경제의 디지털화

/사진=픽사베이

화이트해커 수요가 급증한 배경에는 경제의 디지털화가 자리한다. 모든 산업과 조직에 IT기술이 적용되면서 시스템 보안 중요성도 많이 커졌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커피 체인 스타벅스도 화이트해커에 포상금을 지급한다. 특히 테슬라는 시스템 취약성을 제보한 해커의 이름을 매년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한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015년 주력 차종인 지프에 대한 해킹 실험을 진행했다. 해커가 차량을 해킹해 원격에서 주행 중인 차량을 조정할 수 있었다. 엔진을 멈추거나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충격을 받은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해당 차량을 전량 리콜해야 했다. 지난 8월 미국 전투기 F-15 해킹 실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해커가 취약점을 노려 센서를 고장 냈다.


재앙 수준의 해킹 피해

2015년 해킹 실험에서 해커가 원격 조종에 성공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프 차량. /사진=AFP

시스템 취약점을 제때 알아채지 못하고 해커의 공격을 허용하면 재앙 수준의 피해를 남긴다. 2017년 미국 포털 야후는 30억건의 고객 정보 유출로 8500만달러(약 996억원)을 배상해야 했다. 사고 후 기업 이미지도 나빠져 이탈하는 고객이 속출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도 지난해 해킹 공격으로 사용자 약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앗겼다.

일본 최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보안 담당자인 로빈 루드는 미국의 사이버보안 전문매체 데일리 스위그와의 인터뷰에서 "해커가 우리의 시스템 취약점을 악용하거나 다른 이에게 파는 대신 우리에게 제보한다면 충분히 보상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와 해커 모두가 서로 도움이 (win-win)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