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만든 삼성 준법감시위…"이재용도 조사 가능하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된 외부 독립기구다. /사진=뉴스1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관계사의 대외후원금 지출 및 내부거래를 사전에 검토하고 준법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준법 의무를 위반한 경우 최고경영진이라도 위원회가 직접 조사하고, 해당 기업 준법지원인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등 성역 없는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외부 독립기구로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5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첫 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예상과 달리 6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7개 계열사 컴플라이언스팀장이 직접 참석해 각사별 준법경영체제 운영현황을 보고했다.

회의엔 대법관 출신의 김지형 위원장을 비롯해 대검 차장검사 출신의 봉욱 변호사,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외부인사와 내부인사인 이인용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등 7인의 위원들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는 앞으로 준법감시위가 정해진 운영규정에 따라 주요 삼성 계열사의 대외 후원 자금을 직접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위는 사전 또는 사후에 자금 후원 내역을 통지받아 적절한지 여부를 점검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같은 문제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준법감시위는 또 삼성 관계사의 내부거래에 대해 사전이나 사후에 통보받아 모니터링을 한다. 합병과 기업공개를 포함해 관계사들과 특수관계인 사이에 이뤄지는 각종 거래와 조직변경 등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고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준법감시위의 감시 기능은 최고경영진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다. 만약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인지했을 때 이를 예방하기 위해 준법감시위가 이사회에 직접 위험을 고지한다.

또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 위반행위에 관여했을 때는 관계사 준법지원인에게 조사를 요구하고 자체 조사가 미흡할 경우 위원회가 직접 조사할 권한도 갖는다. 아울러 관계사들이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차 권고하고 재권고도 수용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로 했다.

준법감시위의 업무를 보좌할 실무조직인 사무국도 설치키로 했다. 사무국장으로는 김 위원장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 소속의 심희정 파트너변호사가 선임됐다. 사무국 직원 중 일부는 삼성 계열사의 준법감시인으로 활동중인 4명이 파견될 예정이다. 삼성 내부 인사 외에도 4명의 외부인사를 사무국에 둘 계획인데 변호사 2명, 회계사 1명, 소통업무 전문가 1인을 추후 선정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한 회의는 6시간 넘게 진행돼 오후 9시쯤 끝났다. 이들은 저녁식사도 거르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7개 계열사에서 준법 프로그램 내용과 현황을 듣고 의견을 이야기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앞으로 논의할 게 많다는 점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무엇일지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활동에 기한을 두지 않는 상시 기구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연임이 가능토록 정했다. 아울러 위원회 회의는 월 1회씩 하기로 했다. 2차 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 하루 전날인 13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향후 내외부의 다양한 의견 청취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 수렴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간담회나 토론,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추진하려 하는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