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한밤중 승객에 '성매매 제안'…문제의 택시기사, 면허 취소되려면?

/사진=(왼쪽)뉴시스, 게티이미지뱅크

택시 기사가 베트남 국적의 여성 승객에게 성매매를 제안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60대 택시기사 A씨는 자신의 택시에 탄 여성손님 B씨에게 성매매를 제안합니다. B씨는 자신에게 남편과 2살짜리 아이도 있다며 A씨를 단박에 거절했지만 몹쓸 언행은 계속됐습니다. A씨는 "남편 말고 애인을 만드는 건 어떠냐", "20만원 줄 테니 맥주 한 잔하고 같이 자자"는 둥 추파를 거듭했습니다.


한밤 중 달리는 차 안에서 B씨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설명했고, 남편이 직접 택시기사에게 전화로 엄포를 놓음으로써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택시기사 A씨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남편이 없는 줄 알고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느닷없이 남편한테 왜 전화를 해 가지고 일을 크게 만들었냐"는 불만 섞인 반응까지 보였는데요.

A씨의 언행에 분노한 B씨 부부는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더욱 절망적인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경찰이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다"며 수사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돈 줄게. 같이 자자" 성매매 제안 처벌 어려운 이유

이주여성 B씨를 순간 공포에 몰아넣은 택시기사 A씨의 성매매 제안을 법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명예훼손죄나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가 떠오르지만 실제 재판에서 혐의가 인정되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선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타인의 비밀을 퍼트리거나 거짓 소문을 내는 경우 공연성이 인정됩니다. 이번 사례처럼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나눈 둘만의 대화는 공연성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단순 성매매 제안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성매매특별법상 폭행·협박 등의 위력이나 위계를 사용한 것이 아닌 이상 성매매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돈 줄게. 같이 자자"는 등과 같이 그냥 말로만 한 성매매 제안은 실제 성매매로 이어진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이 불가능한 겁니다.

예외적으로 성매매 제안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청소년보호법이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A씨가 성매매 제안을 한 대상이 미성년자였다면 단순 제안이나 권고만으로도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B씨처럼 상대방이 성인 여성인 경우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성희롱 처벌은 어떨까요?

성희롱이란 통상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성적(性的) 발언이나 행동을 해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성희롱의 판단 기준은 피해자가 굴욕감을 느꼈는지 여부인데요.

"돈 줄 테니까 자자"는 A씨의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수치심을 주는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희롱 또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해도 형사처벌은 불가능합니다.

◇성희롱 택시기사, 면허 취소되려면

여성 승객에게 성매매를 제안한 택시기사, 법의 미비로 형사처벌은 어렵더라도 이런 택시기사가 계속해서 택시일을 할 수 있게 허락된다면 많은 승객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승객에게 신뢰를 잃을 만한 행동을 했거나 성적 비위를 저지른 택시 기사의 자격을 회수할 방법은 없을까요?

택시 운전자는 △승차 거부나 강제 합승 강요 △부당한 운임 청구나 카드결제 거부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를 범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 중일 시 택시 운행 자격이 취소되거나 6개월 내의 기간 내에서 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 제4항)

하지만 단순 성희롱을 행했거나 강력범죄·마약사범·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특정범죄 경력자가 아니라면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택시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A씨가 법인택시 기사라면 회사 자체적인 징계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다고 해도 택시면허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언제든 다시 택시기사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지난 2019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요. 대구의 한 택시기사가 여성 승객에게 '여자는 음란 영상을 보고 남자를 즐겁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 '혼전 임신을 해서 남자를 붙잡아라' 등 성적 발언을 한 겁니다. 당시 피해 여성은 해당 대화를 모두 녹음했지만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조차 하지 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