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자본의 OCI+신약기술의 부광약품, 시너지 노린다

공장 전경. /사진 제공=부광약품

OCI (97,000원 ▼2,400 -2.41%)가 제약·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부광약품 (6,550원 ▼170 -2.53%)에 1461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다. 양사는 이번 투자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부광약품은 OCI의 풍부한 자금력에 힘입어 신약 R&D(연구개발)에 매진하고 바이오 업체 투자를 늘릴 수 있다. OCI는 부광약품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인 제약·바이오 진입 장벽을 낮추게 될 것으로 본다.

OCI와 부광약품은 OCI가 1461억원으로 부광약품 지분 약 773만주(11%)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22일 공시했다. 부광약품의 최대주주였던 김동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21.6%에서 10.6%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을 통해 양사는 부광약품의 신제품 개발과 투자 의사결정, 대규모 차입 등 의사결정을 공유해 공동경영한다.

부광약품은 1960년 설립돼 영업활동을 기반으로 매출을 올려온 전통 제약사다.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을 들여 팔며 몸집을 키웠고 현재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간질환 치료 보조제 등 제네릭(복제약)이 주요 품목이다.

이후 전략을 바꿔 공격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나섰다.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가장 투자를 활발히 하는 회사로 꼽힌다. 중추신경계(CNS)나 뇌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R&D 역량을 가진 바이오 벤처와 함께 신약을 개발하거나 지분 투자를 한다. 자회사인 덴마크의 CNS 전문 제약사 콘테라파마와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 후보물질 'JM-010'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중이다. 이외에 싱가포르 제약사 '아슬란'과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등 30개 이상의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OCI의 지분 투자가 R&D 역량 강화와 추후 전략적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OCI의 자본력이 뒷받침되면 R&D 투자가 늘고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CI는 6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에너지 화학기업이다. 태양광발전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이 주 사업인데 지난해 62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1년 이후 10년 내 최대 영업이익이다. 친환경 태양광 발전 수요가 급증했고 웨이퍼 업체들이 폴리실리콘 물량 선점에 나서면서 가격이 급등한게 주효했다. OCI가 공격적인 영역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삼성, SK를 비롯한 대기업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상황에서 OCI도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회사는 2018년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하며 항암제 분야를 타겟으로 국내외 유망 바이오 벤처 기업에 재무적 투자를 해왔다.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10년이 넘는 R&D 기간과 조 단위의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바이오 산업은 미래 잠재력은 크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 오랜 업력을 가진 부광약품과 공동 경영을 하게 되면 OCI는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는 문턱을 낮출 수 있다.

OCI는 이번 투자 이후 부광약품의 신약 상품화, 의약품위탁생산(CMO) 등 다양한 사업 운영을 기대한다.

이번 지분 인수에는 이수현 OCI 부회장과 부광약품 오너 2세 김상훈 사장의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1968년생으로 서강대 화학공학과 동기다. 두 사람은 앞서 2018년 합작사 설립도 주도했다. 두 회사는 앞서 'BNO바이오'를 통해 공동 경영, 투자 경험을 쌓았던 바 있다.

이우현 부회장은 "이번 부광약품 지분 투자를 통해 제약·바이오·연구개발 분야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시너지 영역을 발굴해 부광약품을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회사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원 부광약품 대표는 "회사가 가지고 있던 R&D 및 전략적 투자 역량에 OCI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노하우와 자금력이 합쳐지는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글로벌 제약 바이오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