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론'을 읽는 어려움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사회를 이야기한 '자본론'이 금서일까요?”

사회과학 도서 꽤나 읽었거나 관련 학과 수업을 들었다면 한 번쯤은 해봄직한 질문.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 명제. 1989년 한국 최초로 '자본론'을 완역한 김수행 교수가 첫 수업에서 던지는 이 질문은 엄청난 속도로 치닫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친다.

분명 경제 이슈인데도 정치 문제로 치부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데올로기화된 우리의 머릿속에서 '자본(론)=공산당(경제적 의미의 공산주의가 아닌 정치적 의미) '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금서였지만 한국에서는 1980년대 말까지 금서였던 자본론은 그러나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을 다룬 책이 아니다. 자본과 자본주의의 실체에 대해 오직 사실(팩트)만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자본주의 사회를 가장 원론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150년 전 마르크스는 자신의 책이 이토록 첨예화된 이데올로기적 대립물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스승이자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친 멘토 김수행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불린다. 비주류 경제학자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해온 그는 ‘서울대 최초의 마르크스 경제학자이며, 최후의 마르크스 경제학자’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특강을 엮은 '자본론 공부'는 방대한 분량의 '자본론'을 한 권으로 잘 정리한 책이다. 도표와 그림을 통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원전의 주요 구절들을 소개함으로서 한층 더 친절하고 쉬운, 대중을 위한 입문서로 거듭났다.


그러나 단순히 내용을 요약한 데서 그치지 않고,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비판했고 찬양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동시에 “자본주의가 미래 사회의 태아를 잉태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 및 글로벌 이슈들을 '자본론'의 이론에 대입함으로써, 이 책이 150년 전의 고전이 아닌, 현재를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책임을 밝히고 있다.

최근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몰고 온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침체되어 있던 출판계를 비롯, 사회 전반에 큰 화두를 던지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자본과 '자본론'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되며 다시 한 번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김수행 교수는 '자본론 공부'에서 이제는 ‘자본주의 너머의 새로운 사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자본론'의 붐이 일기를 바란다. '자본론'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이곳,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생각한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문득 저자가 꿈꾸는 ‘자본주의 너머의 새로운 사회’가 궁금해진다. 그에 관한 단서를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본론 공부= 김수행 지음, 돌베개 펴냄, 284쪽/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