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서를 관통하는 인문 기행서

저잣거리의 유머다. ‘중국의 인구가 13 억 명이라면 실제는 15억 명으로 봐야 하는데 산속에서 호적 없이 사는 인구가 2 억은 될 거라서 그렇다’고 한다. 또 ‘중국에서는 뜀뛰기가 국제법으로 금지되고 있는 바 13 억의 인구가 동시에 뜀뛰기를 할 경우 지구의 공전궤도가 바뀔 수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농담이긴 하지만 초 대국을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국내의 한 중국 연구소 소장이 말하길 “한국인이 3년 정도 중국에 머무르면 ‘중국을 안다’고 하는데 턱도 없는 소리다. 20 년을 파도 알기 어려운 나라다. 중국은 그냥 매우 복잡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할 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니 중국과 관련된 다수의 책들이 하나같이 ‘중국을 제대로 알리는 책’이라 주장하지만 결국은 모두 장님 코끼리 만지기인 것이다.


신간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는 표지부터 특이하다. 칼을 차고 섹시한 웃음을 날리는 묘령의 아가씨(?)의 상반신이 글자 한 자 없이 전 페이지를 꽉 채우고 있다. 알 수 없는 나라, 의문과 호기심이 가득한 나라 중국을 다루는 이 책의 특징을 간단히 대변한다. 남송 시대 기녀로 전전하다 장군 한세충의 첩이 돼 금나라에 대항해 싸운 여성 장군인데 뛰어난 지모와 무공으로 유명했다고 책 속에 소개가 돼있다. 미모의 처녀 무사가 공중을 날면서 쌍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중국영화에서나 있는 줄 알았는데 실재였던 것이다.

저자는 동쪽의 흑룡강성부터 중원의 베이징을 거쳐 서쪽의 신장까지 중국의 주요 성 18 개와 2 개 자치시의 역사, 문화, 인문지리, 생활을 인문학적 눈으로 밀착 취재했다. 국내 대학과 홍콩에서 중국을 전공한 후 기자로 대만과 베이징의 특파원을 포함해 12 년을 체류했다. 중국과 관련해 낸 이전의 책들도 여러 권이다. 중국에 대해 나름 탄탄하게 쓸 만 한 이력이다.

저자가 세 번째로 들린 곳이 중국의 남북을 가르는 회수(淮水)가 흐르는 안후이(安徽)인데 ‘귤이 회수(淮水)를 넘으면 탱자가 되는 된다’는 바로 그곳이다. 회수 북쪽, 회수와 장강 사이, 장강 이남으로 나뉘는 안후이의 세 지역은 같은 성인데도 사람과 문화가 제각각이다. 전략가 조조와 관중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유방에 쫓긴 항우가 최후의 패배를 하는 곳도 이곳이었다. 북쪽 산시 출신 진상과 함께 중국 전통 비즈니스 그룹의 양대 산맥을 이뤘던 휘상의 터전도 이곳이었다. 이 책의 전체 내용과 중국이라는 나라를 미루어 짐작하기 알맞은 대목이다. 중국이 왜 두렵지 않겠는가. 역사적으로 분하기 이를 데 없는 나라다.


◇중국이 두렵지 않은가=유광종 지음. 책밭 펴냄. 462쪽/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