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 곧이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사람들은 일상의 생활에서 조금 환상적이면서 멋진 날들을 은근히 기대한다. 이를 부추기는 중요 요인 중 하나는 가로수에 은하수처럼 걸리는 작은 전구들과 상점들의 화려한 등일 것이다. 아기 천사들과 녹색 뿔이 달린 사슴과 썰매가 크고 작은 전구들로 장식되어 아름답게 거리를 장식하고 백화점의 화려한 장식에서 뭔가 톡 튀어나올 것 같다.

필자가 러시아에 살 때 크리스마스 시즌 때, 굼 백화점이나 쭘 백화점, 어린이 백화점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물론 다른 상점들, 명품 가게가 몰려있는 명품거리나 푸쉬킨스카야 거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콘서트 홀이나 극장, 서커스장에서 매일 저녁 공연이 열린다. 어둡고 추운 겨울에 심란한 마음도 없이 잘 차려입고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연극이나 콘서트, 서커스 등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그 정성에 놀란다.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느 특정인만이 아니라 보통의 많은 사람에게 생활화되어 있다는 것이 서구 유럽과 같았다. 그러나 필자가 처음으로 러시아에 갔을 때는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왔다.


러시아에서 발레를 처음 보았을 때 전율한 것은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물론 무용수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안무나 무대장치, 의상들을 보고는 정말 놀랐다. 무대에 올린 배경의 아름다운 색상과 조화와 파스텔 색조의 의상 색상들은 그때까지 한국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니 전혀 상상 밖의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 동화의 나라나 꿈속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는 발레를 위해 무대보다 한 단계 낮은 곳에서 악보만 볼 수 있는 불빛에 의존해 연주하고 있었다. 발레를 위해 음악과 미술과 안무 등이 종합적으로 협력해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필자가 러시아에서 처음 발레를 보았을 때 러시아의 탁월한 예술성에 감탄했다.

러시아에서도 발레는 긴 겨울을 지내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예술이다. 러시아의 유명한 음악가 차이콥스키도 백조의 호수(1876년), 잠자는 숲 속의 미녀(1890년), 호두까기 인형(1892년) 등의 발레 곡을 작곡해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호두까기 인형은 매해 겨울만 되면 세계인의 단골 프로그램이 되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편의 동화에 빠진 듯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곡은 1891년~1892년에 작곡을 해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했다. 원작은 독일(현재는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낭만파 작가 호프만이 지은 동화 인데 프랑스 작가 알렉산더 뒤마가 각색을 하고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수석 안무가였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다시 발레 대본으로 제작을 했다.


줄거리는 어린 소녀 마리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서 고등법원 판사인 드로셀마이어 대부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춤도 추고 즐겁게 이야기 하면서 재미있게 이브를 지내다가 오빠 프리츠로 인해 호두까기 인형이 망가지고 마리를 손수건으로 잘 감싸주고 있다가 파티가 끝나고 손님과 식구들이 모두 잠자러 가는데 혼자 장식장에 있는 병정들을 보면서 고장 난 인형을 정성껏 보살펴주고 침대에 눕히고 잘려고 하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시계가 울리지 않는다. 마리가 시계를 보자 금박을 입힌 부엉이가 매부리코를 하고 못생긴 얼굴로 시계를 가리고 종소리를 못내게 하면서 장식장에 있던 병정들이 나오고 생쥐들이 나와 싸움을 벌인다. 이 때 호두까기 인형이 나와 생쥐들을 다 몰살시키는데 사실 호두까기 인형은 마법에 걸린 왕자였다. 마리는 어느새 호두까기 인형을 사랑하는데 그 사랑으로 마법이 풀려 왕자로 돌아오고 과자의 나라에서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차이콥스키는 50세의 나이에 호두까기 인형 발레곡을 위촉받았는데 원래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의외로 순조롭고 빨리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작곡된 곡은 아주 경쾌하고 상쾌하면서도 동화에 걸맞는 것이었다. 지금은 피아노 곡 만으로도 호두까기 인형은 겨울에 많이 연주되고 있다. 이처럼 음악은 발레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특히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의 음악을 들으면 신나고 즐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몽롱하고 아련한 음색이 우리들이 동경하는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다.



* '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 연재를 이번 호로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