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집] 감옥과 정신병동 교화 체험의 서정화

지금 한국사회는 감시 사회다.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과 이동경로를 핸드폰과 신용카드, CCTV 등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티비 프로에서 범죄자를 추적하는 것을 보면 이젠 완전 범죄는 불가능할 것만 같다. 사무실이나 길거리, 감옥, 정신병동 공간에서 사람을 감시하는 주요 도구는 CCTV다. 잠깐 사용하는 아주 좁은 공간인 엘리베이터 안까지 CCTV 감시와 녹화가 되고 있다. 사람이 발명한 기계와 기술에 사람이 묶인 것이다.

감옥도 그렇겠지만, 인용한 시에서 정신병동으로 보이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병원은 CCTV를 통해 환자들의 사소한 일상을 일일이 감시한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다. 고분고분한 것은 인간의 자율성, 자연성, 야성을 억압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권력이 요구하는 제도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사람을 비이성자, 비행자, 광인, 부적응자로 분리하여 가두는 것이 감옥이고 정신병동이다. 진실이나 사실과는 상관없다. 과거에는 종교나 윤리적 관점에서 신체적 형벌에 처하거나 분리하고 가두었다면, 지금은 정치적이고 의학적이며 경제적인 관점에서 감옥과 정신병동을 운영한다.


1960년 김천 태생인 이승하는 현재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대학교 교수다. ‘시인의 말’에서 30년 동안 신경정신과에 면회를 다녔으며 교화사업 강사로 교도소와 구치소와 소년원을 다닌 지가 10년이나 되어간다고 한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감옥이나 정신병동에 갇힌 수형자와 환자들을 대면하여 대화하고 그들이 쓴 글을 보고서 형상화한 것들이다.

남자 38세. 대졸. 기혼
망상형 정신분열증.
차장진급에 여러 해 실패한 이후에 생긴
피해망상 때문에
직장 동료와 낯선 사람들을 공격하는
행동장애를 보이고
횡설수설하다 강제로 입원.

아빠는 회사일로 외국에 가셨단다.
아빠는 왜 편지도 안 하고
전화도 없는 거지?

남자 46세. 대학원 졸. 기혼.
광장공포증.
정리해고로 회사를 쫓겨난 이후에 생긴
지속적인 공황발작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지 못하고
호흡곤란, 심계항진, 흉통, 현기증, 욕지기, 빈뇨 ……
두문불출하다 자진해 입원.

아빠는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대신
새장 속에 갇히고 싶었던 것일까?
- '환자 차트' 전문

이승하의 감옥이나 정신병동에 대한 시적 접근은 매우 사회적이고 경제적이며 정치적이다. 그리고 우리 생활의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증적 이야기다.

회사에서 진급에 실패한 이후에 생긴 피해망상형 정신분열이나 정리해고되고 생긴 공황발작에서부터 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 먹고 돈을 못 내 식당 주인 신고로 6년 4개월의 형을 산 네팔노동자, 정신분열로 입원과 퇴원을 계속하는 중소기업체 사장,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고 알코올에 중독되어 입원한 가장 등 나름대로의 삶을 살다가 현실에 부딪혀 감옥이나 정신병동으로 들어온 격리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집 후미는 정신병동에 있는 누이의 이야기인데, 시를 읽으며 화자의 마음을 따라가노라면 마음 아프기가 한량없다. 이 시집은 현실이 감옥이고 정신병동인 ‘헬조선’의 자화상이기도 한다.

◇ 감시와 처벌의 나날= 이승하 지음. 실천문학사. 144쪽/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