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단색화·민중미술 너머 'X세대 미술' 재조명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의 ‘X: 1990년대 한국미술’전 출품작인 이불 작가의 Craving.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1970년대를 대변한 모노크롬(단색화)과 1980년대 민중미술의 정서와 전혀 다른 탈이념적, 자유정신에 입각한 미술 활동을 선보인 세대가 X세대였습니다. 1990년대는 한국 미술의 신기원을 만든 시기였습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13일 서울시립미술관(SeMA)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X: 1990년대 한국미술’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전기가 된 1990년대에 초점을 맞춘 전시로 올해 서소문 본관의 마지막 기획전이다.

'SeMA 삼색전' 가운데 중견 작가를 다루는 '골드'(Gold) 전시다. 원로 작가 전시인 ‘그린’, 청년 작가에 대한 ‘블루’와 함께 개최되는 격년제 기획전으로, 독자적 작품 세계를 정립한 작가들에 주목한다.

김 관장은 X세대에 대해 "다른 세대와 달리 유행에 상당히 민감하고 소비를 좋아하면서도 정치 사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세대"라며 "자신들이 어떤 고정적인 정체성을 묶여 있는 것을 거부했던 의식을 지닌 세대였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소그룹 '뮤지엄' 구성원이 참여한다. 미술관이 '작품을 위한 창고'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기성 화단과도 단절을 선언했던 이들이다. 이불, 고낙범, 이형주, 강홍구, 샌정 등이다. 또 서브클럽, 진달래, 30캐럿 등 X세대가 만든 소그룹 운동이나 개별 작가들이 리메이크 등을 통해 재연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SeMA는 이번 전시에 대해 1990년대를 화두로 동시대 한국 미술의 미학적, 문화사적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로 설명했다.

전시는 1987년부터 1996년에 이르는 10년간에 초점을 맞춘다. 민주화항쟁, 서울올림픽, 동구권의 몰락, 김영삼 정부 출범과 김일성 사망,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의 사건들로 얼룩진 시대로 ‘과잉과 상실, 붕괴와 도약’의 시기였다고 SeMA는 설명한다.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