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감정팀 "위작 맞다" VS 檢·국현 "위작 아냐, 유감"

장 페니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 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작 미인도사건,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에서 검찰발표에 대한 반박 및 감정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뤼미에르측은 미인도를 위작으로 판정하기까지 실시한 철저한 과학감정의 과정, 1650개 단층 심층촬영 분석, 고 천경자 화백의 진품과 미인도의 과학적 비교 등 감정과 판단의 증거 등 과학적 검증 과정을 통해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싸고 프랑스 감정팀과 검찰이 맞붙었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이 비과학적이라며 각각 그 근거를 제시하는 등 입장 차를 좁힐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 관계자들은 27일 방한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뤼미에르 쪽의 세밀한 단층촬영 영상과 영상을 분석한 과학적 그래프, 데이터 등 60여 쪽의 방대한 보고서를 완전히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 측이 적외선, 엑스(X)선 검사를 한 것 외에는 과학 검증을 한 것이 별로 없다며, 국내 미술계의 주관적인 안목 감정에 치중해 잘못된 판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검찰이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연구소의 결과를 매도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장 페니코 뤼미에르 소장은 "미인도가 천 화백의 진품이라는 주장은 객관성에 반하는 것"이라며 "미인도를 빛의 명도, 색채 대비 등에 대한 우리의 첨단 과학기법을 모두 동원해 분석해 봤지만 천 화백의 진품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가사 심층적 단층분석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검찰발표가 허위라고도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자체의 광학기재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심층 분석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으나, 검찰은 보고서에 1650개 단층 작업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공동 변호인단의 배금자 변호사는 "검찰 수사 발표는 중간발표고 검찰의 판단에 불과하다"며 "검찰의 결정에 대해 30일 이내에 항고하고 재신청할 수 있다"며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또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개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과 국립현대미술관은 프랑스 감정팀의 방한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 일찌감치 유감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자신들이 감정한 결과가 채택되지 않자 검찰 수사를 '비과학적'이라고 입장표명한 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인도'의 소장 이력과 다양한 과학감정·안목감정, 미술계 전문가와 사건 관계인 조사 후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외국 감정업체의 감정 의견도 면밀하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 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그 근거로 △두꺼운 덧칠, 진한 채색,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 등 천 화백의 제작방식이 쓰인 점 △그림 아래에 숨겨진 밑그림이 존재하는 점 △밑그림이 천 화백의 미공개 작품 '차녀 스케치'와 유사한 점 등을 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또한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가 공개한 '미인도' 연구 자료에는 오류와 모순이 있다"며 "오류와 모순을 '과학'이라 주장하고 한국 미술계 전문가들의 견해와 검찰의 과학적·종합적 수사 결과를 무시하는 뤼미에르 사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