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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저기 저 새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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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저기 저 새총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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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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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새총’ 권지영(시인)

[편집자주]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저기 저 새총이
해질 녘 이맘때면 탱자나무 울타리에 참새들 모여 앉아 지저귄다. 아이들은 동생 기저귀용 노란 고무줄을 훔쳐와 만든 나무 새총을 들고 헛간 뒤에서 숨을 죽인다. 겨울 짧은 해는 반짝이고 그 햇살에 참새들 무성하게 짹짹거릴 때 아이들은 일제히 고무줄 방아쇠를 당긴다. 우두둑 탁탁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날아가 박히는 총알들, 잠시 후두두 소리만 사위에 가득하다.

솟구치는 날갯짓 소리인지 총알에 떨어지는 참새 소리인지 햇살도 멈춘 듯 팽팽한 적막이 지나고 나면 헛간 뒤 아이들 우르르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로 간다. 몇 마리의 참새를 잡았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참새들이 지저귀고 아이들은 어김없이 헛간 뒤에 숨어 새총을 날리는 것뿐이다. 그 분주함과 팽팽한 긴장의 몇 분을 지내야만 한겨울 아이들 놀이가 끝나고 비로소 하루가 저무는 것이다.


그러니 한복판을 찾는 건 별로 중요치 않다. 저 새총이 저기 있는 것만이 중요할 뿐.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저기 저 새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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