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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침묵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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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침묵의 동행

두 살 터울인 동생이 대입학력고사를 보는 날 새벽, 나와 같이 연탄가스를 맡았다. 짙은 안개로 연탄가스가 굴뚝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집안에 난리가 났다. 나도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팠으나 엄살 부릴 처지가 못되었다. 동생에게 김칫국물을 먹이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게 하여 택시에 태워 수험장에 도착했다. 동생이 수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역겨운 구토가 치밀어 오르고 현기증이 나서 난 그만 폭삭 주저앉았다.
몇 년 후 내가 입대하던 날, 동생은 형을 배웅한다며 논산훈련소 입구까지 따라왔다. 동생은 말없이 그냥 내 옆에 있어 주기만 했다. 연인이라면 손이라도 잡았겠건만 형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침묵을 깨지 않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가는 길에 같이 따라가 주는 것,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 그의 그림자 곁에 나의 그림자 하나를 더 보태주는 것. 생각해보면 바로 이런 일이 어떤 융숭한 환대만큼 느껍고 고마운 일이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침묵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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