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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 준대도 백석 詩 한줄만 못해"…'자야'의 절절한 사랑

50년 세월 시인 백석만을 그리워한 여인 자야의 삶…배우·작품 자체가 詩 같아

무대안팎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입력 : 2017.11.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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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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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안나 카레니나’ ‘빌리 엘리어트’ 등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대작들이 연이어 개막하는 가운데 피아노 한대와 출연배우 세명뿐인 창작뮤지컬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1년 만에 관객을 다시 찾아왔다.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2016 뮤지컬 작품상’ ‘극본·작사상’ ‘연출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백석(1912-1996)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제목을 차용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백석의 시(詩)이자 삶이다. 백석 작품의 뮤즈이자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인, 기생 ‘자야’(김영한, 1916-1999)와의 평생에 걸친 절절한 사랑이 그려진다.

무대는 늙어버린 ‘자야’와 여전히 젊은 청년 백석과의 재회로시작한다. 두 사람은 ‘자야’의 상상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첫 만남부터 헤어짐에 이르기까지 50년의 세월을 여행한다. 첫 눈에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부모의 반대로 표류하다 백석은 만주에, ‘자야’는 경성에 있는 채로 분단을 경험한다.

‘자야’는 평생 백석만을 그리워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가난한 시인이던 백석이 언젠가 돌아왔을 때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람 하나로, 기생 일을 다시 시작한다. 훗날 그녀는 대한민국 3대 요정인 ‘대원각’의 주인이 되고, 조계사의 법정스님에게 이를 시주해 성북동 길상사가 탄생했다. “후회하거나 아깝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자야’는 “천억을 준대도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했다고 한다. 평생에 걸쳐 한 사람만을 그리워하며 헌신하는 사랑…. 요즘엔 보기 힘든 이 사랑의 단상은 자칫 고루해보일지 몰라도, 잊고 있던 소중한 감성을 울린다.

관객들은 20여 편이 넘는 백석의 시를 뮤지컬 속 대사와 노래로 만난다. 클래식과 토속적인 색채를 섞어놓은 듯한 넘버는 토속적 시어로 모더니즘을 노래했던 백석과 닮아 있다. 담백하고 절제된 백석의 시를 무대에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을 준다. 100분간의 공연을 피아노 한 대 편성으로 이끌어 가지만 오케스트라 부럽지 않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효과 없이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세월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풍부하게 표현해 낸다. 세 명의 배우만으로도 무대는 꽉 차고 부족함이 없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한 줄의 시처럼 다가온다. 백석의 시에 담긴 여운과 여백의 분위기를 전달하기에는 오히려 빼곡히 들어차지 않은 무대와 배우 구성이 더 효과를 발휘한다.

/사진제공=(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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