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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엘리트의 민낯…“부는 독점하면서 부스러기를 없는 자에게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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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 2019.06.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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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엘리트 독식 사회’…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의 열망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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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을 통해 부를 쌓아올린 실리콘밸리의 신 부호들은 인간의 보편적 복지를 위한 활동에 막대한 기금을 쏟아 붓는다. 엘리트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상당히 유익하고 고통을 달래주며 심지어 생명을 구하기까지 한다.

1980년대부터 2008년까지 자본의 힘과 우월성을 증명한 신자유주의가 금융위기로 불거진 부의 양극화, 즉 불평등 문제에 부딪히면서 내놓은 해법은 ‘윈윈’ 전략이다. ‘(힘 있는) 나에게 좋은 것은 (힘없는) 당신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부가 집중된 소수 엘리트들 사이에서 ‘보편적 언어’로 자리잡았다.

저자가 아스펜과 다보스, 테드 등 수많은 콘퍼런스에서 나타난 ‘윈윈의 언어’를 분석해보니, 엘리트들은 ‘사랑’과 ‘연대’, ‘기회’와 ‘빈곤’이라는 단어를 동원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대해 말하지만,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절망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은 결코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자신의 부가 위협받는 얘기는 꺼린 채,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식이다. 90분에 1500만원 강연료는 챙기면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필요하다는 어느 방송인의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단 8명이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한 오늘날, 일부 억만장자와 수많은 백만장자는 이 같은 ‘집중’에 관한 문제는 건드리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더욱 공고히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승자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근본적인 권력 방정식을 뒤엎지 않은 채,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자한 부자와 권력자들은 평등과 정의를 위한 고결한 싸움을 벌이지만,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오스카 와일드가 100여 년 전 엘리트들의 유용함이 ‘해결책이 아니’라 ‘곤경의 악화’라고 던진 말의 의미가 또렷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자신들이 약속했던 편익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백한 시점에서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들이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떠맡아도 되는가”라고 묻는다.

저자가 그리는 엘리트는 ‘사회적 배려’의 주인공이면서 ‘약탈적 이기’의 장본인이다. 진보는 자신들이 독점하고 그 부스러기를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상징적으로 건네는 것으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대다수에게 그런 도움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은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선보인다. ‘마켓월드’는 지금 상태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좋은 일도 해내는 신흥 권력 엘리트의 세계를 일컫는다. 이들은 현실을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쪼개, 이를 논리적으로 관련짓고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을 토대로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답변은 사회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지식 소매상’이다. 수전 손택이나 고어 비달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 지식인’과 달리, 이들은 지적 생산에 꽤 많은 후원을 하는 대부호들과 어울리는 유형을 말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니얼 퍼거슨처럼 승자에게 진정한 위협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식 소매상들은 특히 테드 강연을 통해 사회문제를 한입 크기로 잘라서 사람들이 겁먹지 않고 쉽게 소화할 수 있게 만들며 시스템의 변화보다 희망에 찬 해결책을 강조한다. 이들의 강연이 마켓월드의 돈을 받고 이뤄지고 마켓월드에 의해 만들어짐으로써 마켓월드가 선호하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식소매상들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1969년의 위대한 구호를 정반대로 뒤집어 정치와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를 바라보면서도 사소한 문제에 집중해 본질을 협소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며 “승자가 제공하는 인자한 도움이 아닌, 정의와 평등에 다가가기 위한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엘리트 독식 사회=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지음. 정인경 옮김. 생각의힘 펴냄. 424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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