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 '빅2', 롯데쇼핑 질주에 신세계 추격

유통 대장주 경쟁에서 롯데쇼핑(시가총액 13조7375억원)이 신세계(11조7312억원)를 제치고 1위를 굳히는 모습이다. 금융위기 이후 움추러들었던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기 탄력성이 큰 백화점 비중이 높은 롯데쇼핑에 매수세가 몰리면서다.

롯데쇼핑 (68,100원 ▼1,000 -1.45%)은 특히 하반기 들어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11일 종가는 47만3000원으로 지난달 1일 공모가 40만원을 회복한 뒤 한달 남짓 사이 50만원 문턱까지 다가섰다. 지난 6월30일 종가 대비로는 34.4% 올랐다. 이 기간 신세계가 기록한 상승률 17.1%의 2배가 넘는다.


무엇보다 백화점 부문의 이익 개선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롯데백화점의 3, 4분기 기존점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2%, 6.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데다 중국인 관광객의 구매력이 위력을 발휘한 결과다. 중국 관광객의 필수 쇼핑지로 떠오른 명동 거리는 롯데 본점이 장악한 상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잡화·의류·식품 등은 물론, 1분기 일시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던 명품 매출도 지난 2분기 12%로 올라선 뒤 3분기 20%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궤도로 진입하는 중국사업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할인점 점포수는 올해 84개에서 2014년 170여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 연구원은 "신규 출점과 함께 물류센터가 확보될 경우 상품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월마트, 까르푸 등과도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롯데마트도 세를 더하는 요인이다. 하반기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1% 늘어난 1719억원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외형 성장에 따른 고정비 감소, 물류센터 강화에 따른 효율 개선 등이 겹치면서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상장을 검토 중인 롯데카드와 롯데홈쇼핑 등 자회사의 지분가치는 추가 상승 기대감을 떠받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92.5%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5992억원, 순이익 727억원을 올렸다.

롯데쇼핑에 뒤지고는 있지만 올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선두자리를 지켰던 신세계 (173,800원 ▲800 +0.46%)의 저력도 만만친 않다. 지난 5월26일 45만90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뒤 주가는 60만원대로 올라섰다.

외국인도 꾸준히 '사자'를 외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지분은 48.32%에서 55.86%로 7.54%포인트 늘었다. 하반기 이후 70거래일 가운데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선 날은 10거래일에 불과하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은 줄곧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9만주 넘게 사들였다. 반면 롯데쇼핑의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부터 15%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투자 매력 요소로는 안정적인 국내사업이 꼽힌다. 지난 5년간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연평균성장률(CAGR) 12.7%를 기록했다. 이런 이익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마트의 지배력이 여전한 데다 최근 가격전략과 온라인쇼핑몰 강화전략도 중장기 할인점 시장규모 확대와 함께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장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할인점시장 포화와 해외사업 부진 등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주가지수 급등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긍정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중국사업 부진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찾는 과정의 일환으로 초기 사업단계에서 당연한 진통이라는 판단이다. 여영상 연구원은 "중국 이마트가 공격적인 점포 확충보다는 현지 인력 확보와 현지 시스템 개발 등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