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프라임브로커 재담보 허용, 적정 수준은?

금융당국은 지난 달 2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증권사가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이 3조원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식대여, 신용공여 등 고위험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로 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단순히 자기자본을 잣대로 프라임 브로커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것에 이견을 표하고 있다. 헤지펀드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는 '재담보(rehypothecations)'가 허용될 경우자체 운영자금 규모보다는 리스크관리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담보란 헤지펀드가 프라임 브로커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증권을 매입한 경우 그 증권을 담보로 프라임 브로커가 다시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는 과정을 말한다.

현재 미국, 영국, 홍콩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프라임 브로커를 통한 자금 조달 및 재담보를 허용하고 있다. 헤지펀드 도입으로 금융위원회도 증권 재담보를 허용해 프라임 브로커의 활동 역량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헤지펀드 자산이 프라임 브로커에게 양도되면 그 자산에 대한 명의는 프라임 브로커가 된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 자산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온다. 증권사는 운용자금 부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재담보의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재담보 비율이 높고 프라임 브로커가 리스크관리에 실패할 경우 헤지펀드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헤지펀드가 연쇄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널 유럽(LBIEㆍLehman Brothers International Europe)을 프라임 브로커로 활용했던 헤지펀드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의 경우 헤지펀드 자산 수준과 관계없이 증권 재담보가 무제한으로 허용됐다. 프라임 브로커들이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위험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결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리먼이 파산하자 후폭풍으로 LBIE를 프라임 브로커로 활용했던 헤지펀드도 파산했다. 고객 보호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규정도 미비했었다.

반면 미국은 증권투자자보호법(Securities Investor Protection Act)을 통해 재담보 자산에 대한 고객 보호 규칙 등이 규정돼 있어 미국법인을 프라임 브로커로 활용한 헤지펀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홍콩 증권선물거래위원회 역시 헤지펀드 자산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프라임 브로커에게 양도될 경우, 양도된 자산 규모는 프라임 브로커로부터 조달한 부채 수준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담보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금융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서 재담보의 허용 범위를 규제하고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규정을 구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프라임브로커 업무 제공 표준계약(PBA)에서 당사자 사이에 자산 재담보한 규정 및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규정이 설정될 필요가 있다"며 "자산재담보에 대한 적절한 공시와 PBA에 대해 투자자들이 위험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돈을 빌려주는 입장인 프라임 브로커가 헤지펀드 리스크를 판단하는 것 못지 않게 프라임 브로커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프라임 브로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