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2명, 혹은 수십명…'살인죄'의 무게는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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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파괴법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의 동화 '푸른 수염(La Barbe bleue)'은 푸른 수염이라는 별명을 가진 부자에게 어느 아가씨가 시집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푸른 수염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그는 전 부인들을 차례차례 죽여 온 연쇄살인마라는 것. 이를 알게 된 아가씨는 푸른 수염에게서 극적으로 도망친다.

이 푸른 수염의 모티브가 된 것은 는 15세기 브레통 귀족이자 잔 다르크의 최측근이기도 한 연쇄 살인마 ‘질 드 레’로 알려졌다. 그는 미소년을 납치해 호강을 누리게 한 후, 행복에 취한 정점에 처참하게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쇄살인마는 어떤 죄에 해당할까?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형법 제250조의 살인죄가 적용된다. 이 경우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법원 양형 기준표에 따를 때, 통상적으로 살인죄는 기본 징역 8년에서 11년 정도의 형이 선고된다.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초범인 점 등의 감경 사유를 고려하면 3년 6개월에서 12년 정도로 선고된다.

그렇다면 희생자의 숫자는 처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1명의 목숨을 빼앗은 살인범과 여러 명을 죽인 연쇄살인마의 경우 다른 범죄인 건지 궁금해진다.

한국은 ‘연쇄살인’이라는 죄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쇄살인마도 마찬가지로 살인죄가 적용된다. 다만 살해한 사람 수만큼 살인죄가 개별로 성립하기 때문에 100명을 살해한 경우 100개의 살인죄가 성립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100개의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해서 5년씩 전부 합산해 500년의 징역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몇몇 국가에서는 연쇄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 징역 100년, 심지어 2000년이 선고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아닌 기한을 정한 징역형(유기징역)의 상한선은 30년이다. 가중처벌을 해도 최대 50년까지다. 이는 형법 제42조에서 유기징역의 형량을 최대 50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중인명피해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의 등장

이런 징역 제도에 대해서 비판이 많이 가해지는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새로운 입법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세월호와 같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의 처벌이 가볍다고 비판하는 여론도 한 몫을 했다.

법무부는 '다중인명피해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5일 입법 예고했다. 이 법률은 2명 이상이 사망하는 모든 인명피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각 죄에서 줄 수 있는 장기의 형을 모두 합산해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다중인명피해범죄는 기존 사형ㆍ무기징역 외에 유기징역 상한선이 최대 100년까지 늘어나게 된다. 연쇄살인범은 이 법률에 따라 유기징역에 대한 상한 기간이 현재보다 2배 가량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법률로 다수의 인명피해에 관련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감경해주는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된다. 사형은 무기 또는 50년 이상 100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로 감경될 수 있고,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는 30년 이상 100년 징역 또는 금고로 감경 기준이 높아졌다.

또한 가석방에 대해서 현재는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20년간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법률이 시행되면 100년형을 받으면 형기의 3분의 1(33년)이 지난 후, 무기징역은 40년이 지난 후 가석방 될 수 있게 된다.

무차별 살인 등 흉흉한 범죄가 늘어나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처벌의 강화가 쾌락에 의한 살인, 정신적 질환에 의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얼마나 큰 효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형법의 개정이나, 법원의 양형 기준의 변경을 통해서 충분히 원하는 효과를 획득할 수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이루어진 개정안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

【PODCAST- 낭만파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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