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된 해녀의 삶이란…"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는 물질"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채취한 해산물을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호오이, 호오이~"

바당어멍이 수심 10m가 넘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삼이며, 전복 같은 해산물을 캐 온 뒤 뭍에서 내뱉는 숨비소리다. 산소통도, 호스도 없이 맨몸으로 들어가 바다를 누비는 제주해녀의 삶이 압축된 소리다.


30일(현지시각) 에티오피아에서 우리나라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는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고된 제주 여성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해녀 문화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분포돼있다. 일본 '아마(海女)'는 제주 해녀에게 잠수기술을 전수받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해녀문화로, 한때 우리와 등재 경쟁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하지 않았다.

사방이 바다인 제주의 여인들은 어려서부터 바다를 드나들며 자란다. 헤엄치기를 먼저 배운 뒤 15세쯤 되면 본격적으로 해녀로 활동을 시작해 60세 전후까지 해녀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질하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해녀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기량의 숙달 정도에 따라 상군(上軍)·중군(中軍)·하군(下軍)으로 그 계층을 나눈다. 수심 10m가 넘는 깊은 바닷속은 숨을 참는 '숨길이'가 긴 상군의 몫이다. 숨길이가 짧은 중군과 하군은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다.

한번 물에 들어가면 엄청난 수압 속에서 십여 차례의 '물숨'을 쉰다. 입으로 숨을 내쉬면 물을 먹게 되고, 자칫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물숨은 가슴으로만 쉬는 숨이며, 물 밖으로 나와 진짜 숨을 내쉬며 나는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부른다.

해녀들은 대부분이 농사일을 겸하고 있어 물질만을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 농사일을 치르는 사이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 달에 10~15일만 물질을 하며, 물때와 바람을 거역하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제주의 해녀들은 무명옷인 '소중이'를 입고 물질을 했으나, 지금은 검정과 오렌지색의 고무 옷을 입는다. '물에 뜬 바가지'라는 뜻의 제주어인 '테왁'을 부표로 물 위에 올려두고, 테왁에 채취한 해산물 주머니인 '망사리'를 매달아 놓고 물질을 한다.

해녀들은 바다에서 더 벌고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해녀들 간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1년을 먹고살기 위해 6~8월 산란기에는 소라의 채취를 금하고, 전복 종패를 키워 바당밭에 뿌려 기르기도 한다. 바다 생태계를 위해 산소통에 의해 남획하지 않는다.

물질 가기 전 불턱에 모여앉아 몸을 녹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해녀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해녀들은 매해 바다의 신 용왕에게 제를 지내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사진제공=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이들은 지역마다 '김녕 어촌계', '함덕 어촌계', '표선 어촌계' 등 어촌계를 만들어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초보 해녀들에게는 고참 해녀들이 자기가 잡은 해산물을 넣어주는 문화가 살아있다. 나이가 들어 물질이 힘들어진 '할망'들을 위해서는 '할망바다'라는, 수심이 얕고 해산물이 풍성한 바당밭을 지정해 노후보장책으로 제공한다.

작업을 마친 뒤에는 '불을 쬐는 곳'이라는 제주어인 '불턱'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언 몸을 녹인다. 불턱은 해녀들이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작업 일정에 대한 논의부터 사는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거친 바다에 몸을 내맡기는 삶을 사는 해녀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용왕할망에게 제사를 지낸다. 제주 바닷속을 풍성하게 만들어달라며 영등할망에게 비는 의식인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은 앞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제주해녀문화가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한다"며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하며, 관련 지식과 기술이 공동체를 통해 전승된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등재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