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대외투자 줄인다…외환 안정성 저해 가능성"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해외 증권투자와 직접투자를 포함한 대외투자자산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투자가 외화 조달의 원천인 만큼 외환부문의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진수 한국은행 국제국 차장과 김영래 조사역은 26일 발표한 '고령화가 대외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54개국의 2001~2015년 자료를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냈다.


연구 결과, 한 국가에서 노년부양률(65세 이상 인구/15~64세 생산가능인구)과 유년부양률(15세 미만 인구/생산가능인구)이 높을수록 대외투자가 위축되고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대외투자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차장은 "가계가 근로기간 동안은 저축을 하다가 은퇴 이후 소득이 줄면 저축한 자산을 팔아 소비한다는 '생애순환가설'이 대외부문에서도 유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고령화에 따라 한 국가의 소득이 감소할 경우, 대외저축인 대외투자자산을 매각해 소비한다는 의미다.

투자 성격별로 고령화의 진전은 대외증권투자보다는 대외직접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직접투자는 대체로 장기 투자인 만큼 구조적 변화인 고령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대외증권투자는 내외금리차나 기업실적에 민감한 단기성 자금의 비율이 많아 고령화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의 진전 정도뿐만 아니라 고령화 속도도 대외투자자산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수준보다 고령화 속도가 대외투자자산 축소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고 통계적 유의성이 높았다. 고령화가 경제 펀더멘탈의 개선 정도와 비교해 빠르게 진행될 경우 대외투자자산 고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고령화 속도의 통계적 유의성이 높았다. 신흥국은 선진국과 비교해 축적된 대외자산 규모가 적어 소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때 대외투자자산 처분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임 차장은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대외투자자산의 축소가 외환부문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자본유출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외투자자산은 향후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원천으로, 이 자산이 급감할 경우 지급불능 우려가 부각되고 대외신인도도 하락해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비해 규제완화 등을 통해 대외투자를 활성화시켜 고령화에 따른 외환공급 재원 축소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