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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걸, 왜 만나 사랑에 빠져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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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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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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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최근 연예인 대상의 시상식을 직접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한 때 사귀다 헤어진 연예인이 시상식에 참여해 각각 무대에 올랐다. 헤어진 뒤 저렇게 부딪혔을 때 두 사람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애틋할까? 헤어진 것이 안타까울까? 그냥 담담할까? 혹 이별을 먼저 통보받은 쪽이 있다면 그 사람은 상대방이 미울까?

이 얘기를 아는 분에게 했더니 “사람들은 헤어질걸 왜 만나는 걸까요?” 했다. “헤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만나는 거 아닐까요?”라고 내가 말했더니 그는 “그럼 헤어질 거면 안 만나는 게 좋은 걸까요?”라고 되물었다.

그와 대화 후 사람들은 사랑해서 만났는데 왜 헤어지는지, 헤어질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왜 만나 사랑하는지. 헤어져 아픈 것보다 사랑을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은 건지, 처음부터 결혼할 사람과만 만나는게 가장 바람직한 건지 궁금해졌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찾아 정리했다.


헤어질 걸, 왜 만나 사랑에 빠져드는 걸까

첫째, 사랑에 빠지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빠져드는 사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겨나기에 교통사고에 비유된다. 중요한 사실은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성과 관련된 욕망의 경험이라는 점이다. 부모나 자녀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들과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펙은 사랑에 빠져드는 경험이 “내부의 성적 충동과 외부의 성적 자극의 결합에 대한 인간의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봤다. 따라서 헤어질 리스크에도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자신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랑에 빠지는 감정 자체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 감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어렵지만 선택할 수 있다.

둘째, 사랑에 빠져 느끼는 황홀감은 자아 경계의 붕괴 때문이다=인간은 육체의 경계와 힘의 한계를 지닌 개별적인 존재다. 각 사람이 가진 한계가 자아의 경계다. 이 자아의 경계 뒤에서 사람은 고독을 느낀다. 고독은 대개 고통스럽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아의 경계 밖에 있는 세상과 더욱 어울려지는 상태로 가기를 희망한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은 자아의 경계 일부가 무너져 다른 사람의 자아와 일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자아 붕괴에 따른 고독감의 중단이 사랑이 주는 황홀감의 본질이다.

셋째, 불행하게도 사랑에 빠져 있는 기간은 일시적이다=시간이 지나면 사랑에 빠져 느끼던 일체감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 나는 영화를 보고 싶은데 상대방은 쇼핑을 원한다. 나는 돈부터 모으고 싶은데 상대방은 함께 여행하는데 돈을 쓰길 원한다. 서로 다른 욕망과 취향, 생각을 발견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서 빠져나오며 자아의 경계를 회복한다. ‘왕자님과 공주님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란 낭만적인 사랑의 신화는 “끔찍한 거짓말”이라는 것이 펙의 지적이다.

넷째, 사랑에서 빠져나올 때 헤어지거나 참사랑이 시작된다=일체감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 사랑하던 두 사람은 헤어지거나 진짜 사랑을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펙의 정의에 따르면 참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다.

사랑에 빠지는 경험에는 노력이 필요 없지만 참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개성과 취향, 습관, 성장환경, 관점을 지닌 별개의 개체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기울여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말을 들어주고 마음을 알아주며 공감해 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참사랑이 가꿔진다.

이런 의지와 노력을 통해 상대방에게 헌신하면 자아의 경계가 얇아지고 부분적으로 무너지면서 다시 사랑에 빠질 때와 같은 황홀감, 그 때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더욱 안정되고 지속적이고 만족스러운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오랫동안 서서히 자아의 경계가 무너져가면서 상대방을 받아들이면서 자아의 경계가 확장돼 간다.

이런 점에서 사랑에 빠지는 경험의 결국은 헤어지거나 결혼하는 것이지만 참사랑의 결론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이 정신적으로 성숙해 나가는 것, 영적인 측면에서 자아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랑에 빠져드는 것은 이끌리는 ‘느낌’이지만 진정한 사랑은 책임감 있는 ‘행동’을 수반한다.

책임감 없는 행동은 사랑하는 사람의 영적 성장을 오히려 방해할 뿐이다. 예컨대 부인은 갓난아기를 돌보느라 쩔쩔 매는데 남편은 혼자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바텐더에게 자신이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고 말하는 것은 가족의 영적 성장을 방해할 뿐 사랑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느낌에 이끌려 무책임하게 부적절한 사랑에 빠져드는 것도 일시적인 자아의 붕괴 속에 잠시의 기쁨을 누리는 것일 뿐 참사랑이 아니다.

다섯째, 헤어질 수도 있지만 사랑은 할만하다=인생의 본질은 변화, 즉 성장과 쇠퇴의 연속이다. 성장을 선택하면 죽음도 함께 선택하는 것이다. 죽음의 경험을 피하려면 성장과 변화도 피해야 하고 우리 삶은 모험과 도전 없는 죽은 것 같은 삶이 된다. 헤어짐의 고통을 차단하려고 하면 사랑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랑에 빠져드는 경험이 이별로 끝날 수도 있지만 참사랑으로 향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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