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오동희의 思見]경영권 승계

머니투데이
  • 오동희 사회부장
  • 2019.07.02 05:3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편집자주]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요즘 기업에서보다는 검찰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승계'의 대상이 되는 경영권이란 무엇일까. 경영권은 법률적으로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다.

최대 지분 혹은 50%+1주가 경영권을 의미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론 지분은 소위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요소지만, 국내외 사례를 보면 오히려 신뢰와 합의가 경영권 행사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경영권 승계라는 것은 왕권을 승계할 때처럼 왕관을 씌워주거나 국새(왕이 사용하는 인장)나, 왕을 상징하는 칼인 칠지도(七指刀)를 건네는 것이 아니다.

실재하는 형상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도 경영권이 무엇이냐고 따지면 인사권과 기업운영권 정도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 정서다.

최근 국내 경영권 승계 사례를 보면 경영권의 실체를 어렴풋하게 알 수 있다.

LG그룹의 경영권은 구광모 회장과 그에 버금갔던 지분을 가진 숙부인 구본준 ㈜LG 부회장 사이에서 구광모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 가족회의에서 장손인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로 합의하면서 승계는 끝났다. 숙부인 구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4세로 경영권이 넘어간 두산의 경우도 유사하다. 박용만 회장 다음 경영자로 가족회의에서 장조카인 박정원 회장으로 정했다. 경영권 승계는 지분이 많고 적음의 범위를 벗어난 다른 문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이 가진 지분 가운데 1조원 가량을 형제와 사촌들에게 나눠줬다. 지분을 나누고, 신뢰를 가져와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가족경영이 강한 한국적 기업문화에서 경영권 승계는 지분문제라기보다는 가족 내 신뢰와 합의의 산물이다.

롯데그룹의 경우처럼 상당수 경영권 분쟁은 '형제의 난'으로 표현되듯이 가족 간의 다툼이 대부분이다.

가족끼리 정하지 못한 경영권 승계자를 정부에서 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다소 혼란이 있기는 했지만, 한진그룹의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동일인 총수를 공정위가 직권으로 모친보다 지분이 적은 조원태 회장으로 정했다. 경영권 승계가 지분이 많고 적음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국내만 이럴까. 우리보다 소유와 경영이 더 잘 분리된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의 사례를 보자. 애플의 창업주였던 스티브 잡스는 사망하기 2개월 전인 2011년 8월 애플 이사회와 직원들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후계자는 계획했던 대로 팀 쿡을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적었다.

그리고 애플의 경영권은 사실상 지분도 없는 팀 쿡의 손으로 넘어갔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 사후 8년 동안 시가총액 1조 달러의 애플을 경영하고 있다. 지분보다는 신뢰가 기업의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경영권도 마찬가지다. 1995년 도요타 다츠로 사장을 끝으로 창업 가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09년 다시 도요타 사키치 창업주의 4세인 도요다 아키오가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위기돌파를 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도요타 일가의 지분율은 2%에 불과하다. 경영을 맡은 아키오 사장의 지분도 0.14%에 불과하지만 현재까지 도요타에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권은 지분율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자에 대한 신뢰의 산물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지분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경영권은 그렇게 해서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한 때 애플에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가 그의 사후 애플의 경영을 팀 쿡에게 맡긴 것처럼.
오동희 사회부장(부국장)
오동희 사회부장(부국장)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2019 모바일 컨퍼런스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11/1~11/18)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