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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 통계청 과장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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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박경담 기자
  • 2019.07.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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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초 한 페이스북 주소를 메시지로 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글이었다. 이 글은 한 달 뒤 통계청 국정감사에도 등장했다. 가계동향조사 논란 때문에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통계청 단독 국감이었다. 작성자는 현직 통계청 공무원인 김신호 과장이었다.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소득과 지출 부문으로 나뉘었다. 통계청은 소득부문 조사를 2018년부터 폐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도 말 국회가 이듬해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여당 주도로 소득부문 조사를 부활시켰다.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통계라는 이유에서다.

2017년 4분기엔 저소득층 소득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청은 크게 반겼다. 반전은 곧바로 일어났다. 2018년부터 저소득층 소득은 전년 대비 크게 줄기 시작했다. 그러자 통계 신뢰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과장의 글은 이런 민감한 시기에 작성됐다. 그는 200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초반 각각 사무관과 과장으로 6년 3개월 동안 가계동향조사를 다뤘다.


김 과장은 폐지 예정이었던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이 부활한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소득을 밝히길 꺼리는 고소득층 응답률이 낮아 소득부문 조사 결과가 부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사 공표를 분기별로 소득 통계를 조사·공표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주기가 잦을수록 조사 대상자에게 부담을 줘 제대로 된 응답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 그는 조사 주기를 1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글이었다. 자칫 통계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실전에서 익힌 디테일에 기반해 자신의 의견을 견고하게 주장했다. 페이스북 글 뿐 아니라 학계와 토론에도 나섰다. 가계동향조사 논란을 건전한 논쟁거리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김 과장은 지난달 말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직했다. 조용한 은퇴였다.후배 관료들이 유·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목소리를 냈던 그를 되새겼으면 한다. '영혼 있는 공무원'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사진=박경담
사진=박경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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