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도 "외근 마치면 현지퇴근"…KB의 실험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사진제공=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박세은 대리는 본부 부서에 근무 중이지만, 오전에 집 근처의 지역영업그룹 디지털 오피스로 출근했다. 집 근처 병원에 예약을 했는데, 사무실에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는 빠듯해서였다. 디지털오피스에서는 사무실의 PC환경을 그대로 불러 와 업무를 마쳤고, 오후에는 반차 휴가를 내 무리없이 병원에 다녀올 수 있었다.

KB국민은행 직원의 외근 후 '현지 퇴근'이 현실화됐다. 클라우드 PC 등 새로운 IT(정보통신) 시스템을 기반으로 비효율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이는 국민은행의 업무환경 혁신 노력의 일환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중순부터 직원의 현지 퇴근을 가능하게 만든 'KB 디지털 오피스' 제도를 실행 중이다. 이 제도는 장거리 외근이나 출장이 잦은 직원이 외근 이후 사무실로 돌아올 필요 없이 외근지 또는 자택 근처의 사무실에서 클라우드PC를 이용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장 또는 외근 업무를 마친 뒤 가까운 지역의 디지털 오피스를 찾아가 PC에 로그인하면, 클라우드 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이 직전까지 작업했던 문서 등을 그대로 불러와 업무를 볼 수 있다.

사무실 복귀를 위해 길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고, 직원 스스로 합리적인 동선을 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PC 온·오프로 실제 업무시간 관리가 가능한 덕분에 현지 퇴근을 방만하게 악용할 우려도 적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오피스 제도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16개 지역영업그룹 사무실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더 많은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사무실 숫자를 지속해서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오피스 제도는 '불필요한 일 버리기' 사내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직원의 제안을 경영진이 수용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불필요한 일 버리기 아이디어' 공모에 총 1043건이 접수돼 최종 270건을 실행과제로 선정했으며, 우수작 네 건의 부서·직원에게는 은행장 표창과 포상금 등도 제공됐다고 밝혔다.

디지털오피스 외 실제 적용을 눈앞에 둔 서비스도 여럿이다. 예컨대 지점을 방문한 고객의 요청 업무가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처리가 가능한 것이면,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비대면 처리 가능' 알림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조만간 구현을 앞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은 번거로움을 줄이고, 은행은 창구 혼잡도를 낮추는 방안으로 전산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