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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보호예수 자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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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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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 아니면 초대박. 바이오 산업 얘기다. 국내 제약 산업의 역사는 120년이 조금 넘는다. 그럼에도 왜 삼성전자 같은 신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제조업체는 기술혁신, 시설투자, 인수·합병(M&A) 등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바이오 산업은 다르다. 기술혁신을 해도 글로벌 임상이란 큰 장벽이 놓여 있다. 돈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좌초되면 말 그대로 패가망신이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인식은 제조업과 달라야 한다. 실패를 인정 않는 사회 분위기상 글로벌 바이오 업체의 탄생은 요원했다.

어느 순간 미래 먹거리로서의 가능성이 보였다. 그러자 사회적으로 합의된 제도를 통해 특혜를 줬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특례 상장을 시켜줬다. 실적이 나지 않아도 기술 개발의 싹이 보이면 높은 관문을 열어줬다. 무형의 자산을 인정해줬다. 왠만 해선 상장 폐지 위험도 거의 없다.

이렇게 특혜를 입은 기업들이 지난해 주식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제도가 도입된 200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특례상장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업체 10개 중 8개는 바이오였다. 61개 중 2018년 흑자를 낸 곳은 6개사, 신약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그런데 임상 3상 실패 공시 전 대표이사 및 일가족, 특수 관계인, 일가족 등이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거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받고 있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임상 100% 성공을 얘기한다면, 그건 100% 거짓말”이라며 국내 바이오의 현실에 쓴소리를 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불확실한 재료 하나에 주가가 춤을 춘다.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최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1년)을 강화하는 것은 어떤가. 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해야 한다. ‘고위험 고수익’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책임은 오롯이 투자자의 몫이다. 그런데 투자자는 손실에 치를 떠는데, 최대주주나 경영진은 고수익을 챙긴다. 기술 개발에 대한 확신이 있고, 이를 이용해 투자자와 주주를 끌어들였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도리다. 임상 3상이 성공할 때까지 지분 매각을 금지 시키는 것은 어떨까.

별도의 보호 예수 기간을 지정하는 게 문제라면 과세로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 온갖 특혜는 누리고 책임을 회피하며 취한 자본이득에 과도할 정도로 세금을 메기자는 거다. 주식을 매도해봤자 건질 게 없으면 불순한 생각을 가지지 못할 것 아닌가.

감독 당국이 내부 정보 이용 범위를 기존 기업과 달리 확대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바이오 업체의 경우 임상 성공 여부가 기업의 존망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주요 계약, 신상품 출시 등 일반 기업의 내부 정보와는 결이 다르다. 내부 정보 그 이상의 정보다. 이를 이용하려는 유혹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강할 수 있다.

하지만 단상일 뿐 고개를 젓게 된다. 법과 규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규제에는 관성이 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 ,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뾰족한 수가 없다고 손을 놓을 수 없는 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때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임상 3상이 끝날 때까지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자율 선언을 하면 어떨까. 상장심사위원회에서 승인을 조건으로 이를 유도하자는 거다. 상장 폐지 심사 때는 규정에는 없지만, 대상 기업에 폐지 유예 조건을 걸고 이런저런 것을 요구하고 이행 약속을 받아 낸다.

요즘처럼 투자자들의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 막 태동하고 있는 바이오 산업은 붕괴 될 수밖에 없다. 추락한 신뢰 회복의 몫은 바이오 기업에 있다. 규제 메스를 들이대기 전 스스로 나서야 한다.
[광화문]보호예수 자율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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