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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우한 봉쇄'보다 더 강력한 코로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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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3.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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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자실이 폐쇄됐어요"

지난 6일 오후 쯤이다. 회사 편집국 사무실에 들어와 있던 서울시 취재를 담당하는 후배 기자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다른 언론사의 서울시 담당 기자가 그날 오후 취재를 갔다가 열이 있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는데, 마침 그 기자가 며칠 전 대구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서울시 기자실 폐쇄 소식은 삽시간에 각 언론사로 퍼졌다. 서울시에 출입기자가 있는 언론사에 다 비상이 걸린 셈이다.

당장 회사 후배도 해당 기자가 대구를 다녀온 뒤 하루 정도 기자실에 머물렀을 때 같이 있었다고 했다. 기자실이 넓고 자리가 정반대편이어서 심각하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찜찜했다.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퇴근길 집이 가까워질수록 그게 아니었다. '그 기자가 확진이 되면 회사 후배도 바로 검사 대상이 된다. '만에 하나' 후배 기자가 확진이 된다면...' 마침 편집국 내 후배 자리가 바로 내 옆자리였다. 생각은 꼬리를 물었다. 10살 짜리 아들도 떠올랐고, 아내도 걱정됐다.

결국 그 기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안에서 스스로 격리하기로 했다. 평소처럼 천진난만한 얼굴로 아빠를 맞는 아들을 한번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계속 썼고 저녁도 같이 먹을 수 없어 가족들에게 먼저 먹으라고 했다.

다음날 예정된 일정도 생각났다. 우여곡절 끝에 미룬 약속이라 코로나19 와중에 빠지기 힘든 자리였다. 괜한 걱정을 끼치는 것인지, 혹여라도 현재 상황을 알려야 하는 것인지 애매했다. 그래도 전해야겠다 싶어 휴대폰을 드는 순간, 회사 내부 메신저에 소식이 올라왔다. '음성'. 그 기자의 검체 검사 결과였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단지 몇 시간의 일이었지만 코로나19가 주는 공포감을 더욱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주변에는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이보다 더 큰 갈등과 고민을 해야하는 분들이 많다. 생계를 위해 밀집 사업장으로 출근할 수 밖에 없는 텔레마케터, 수시로 손님들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식당, 가게 사장님과 직원들, '가가호호'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들...

한때 하루 900명을 넘었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행히 주춤하고 있지만 방심하긴 이르다. 정부에선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하지만, 코로나19의 대응의 최고 무기는 누가 뭐래도 '사회적 거리두기'다.

콜센터 직원 1명이 자신도 모르게 수십명을 감염시키고, 대구에서 왔다는 것을 숨긴 거짓말 하나에 병원 응급실이 폐쇄되는 현실에서 국민들 스스로가 감염 예방에 신경 쓰지 않으면 코로나19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출을 자제하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마스크 착용, 손씻기와 같은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사랑, 배려, 불편함을 감수하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한다. 당장 마스크 착용 부터가 불편하다.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당분간 접어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스킨십마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묵묵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봐 마스크를 안쓸 수가 없다"는 이들이 많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 처럼 '우한 봉쇄' 같은 카드를 섣불리 쓰기 힘든 대한민국엔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의 유일한 대응책이다. 어쩌면 더 강력하고 확실한 카드다. 문제는 생계 등 여러 문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은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사회 활동이 줄면서 영업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걱정이다.

정부는 방역 체계의 우수성에 대해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정부, 기업, 우리 사회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가 쉽지 않은 여건에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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