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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지금이라도 기피신청 하라" 무너진 법원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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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상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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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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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누수 문제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단지 내 다른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 때다. 베란다 창가 위쪽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위치를 볼 때 윗집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보수 비용도 원인이 발생한 곳에서 물게 돼 있어서 위집의 협조가 없으면 안됐다.

위층에서는 대체로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첫 공사에서 누수가 잡히지 않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위층에서 추가로 알아본다곤 했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싶어도 위층 현장 확인과 보수 비용 분담 문제가 있어 혼자 진행할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 2년간 해외근무를 나가게 되면서 3,4년의 시간이 훌쩍 지내가 버렸다. 그 사이 계속된 누수로 베란다 천장과 벽면은 엉망이 돼 버렸다. 생애 처음으로 산 아파트에서 입주 직후부터 이런 일이 시작됐으니 맘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 위집과의 신경전이 이어질 때 생각한 것이 ‘재판’이다. 안되면 소송이라도 해야지 했다. 최소한 위층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효과는 있겠지 싶었다. 다행히 소송까진 가지 않고 해결 됐지만 법원의 판단을 묻는 재판은 우리 가족이 생각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였다.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찾는 곳이 법원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게 목표지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단념하고 승복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 갈등이 조정된다.

개인을 넘어선 사회 갈등이나 정치 이슈도 마찬가지다. 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갈등이 조정되고 해소된다. 다양한 생각이 부딪히고 충돌하는 민주 사회일수록 법원의 갈등 조정 기능이 중요하다.
법원이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전제가 있다. ‘신뢰’다. 법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믿지 않으면 판결에도 승복하지 않는다.

우리 법원의 신뢰는 어떨까. 2017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 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바닥을 치는 듯했던 법원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사법 농단’ 관련 재판들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법원이 다시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무죄 판결 자체가 ‘사법 적폐 청산’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법원 조직에 대한 불신은 개별 재판과 법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국 전 장관 일가 재판 때는 영장실질심사 결과 등 주요 결정이 내려질지 때마다 담당 판사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는 해당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지난 3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한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재판 때는 담당 판사가 재판 시작 때 지금이라도 ‘기피신청’을 하라고 언급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담당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배당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탓이다. 법원이 이렇게 불신 받아선 갈등 조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다음 달 문을 여는 21대 국회에서도 법원 개혁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이탄희(경기 용인정), 최기상(서울 금천), 이수진(서울 동작을) 당선자 등 ‘판사 3인방’은 사법개혁 완수를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할 정도다. 다만 이들의 국회 입성이 법원 개혁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법원 개혁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지만, 법복을 벗고 바로 정치권에 입문한 것 자체가 법원의 중립성을 흔드는 일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법원에 대한 불신은 검찰에 대한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검찰 수사로 인한 억울함은 재판으로 풀 기회가 있지만 재판이 공정하고 중립적이지 않으면 더 이상 시스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는 사회에 대한 불신과 혼란으로 이어진다.

정치는 법원 개혁의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공정성을 흔드는 최대 적이기도 하다. 지금의 법원 불신도 상당 부분이 정치와 연루되면서 태생했다. 때론 정치를 뺄 때 진정한 정치가 구현되기도 한다. 21대 국회가 진영을 떠나 진정 ‘국민을 위한 법원’을 고민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광화문]"지금이라도 기피신청 하라" 무너진 법원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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