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사이비 교주’ 논란 넘어…'욕설'도 '위로'가 되는 BTS 슈가의 '숨막히는 선율'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0.06.02 17:38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어거스트 D가 내놓은 'D-2' 수록곡 10개…'미친 중독' 선율에서 위로받는 '욕설'까지

BTS(방탄소년단) 멤버 슈가. 자신의 솔로 믹스테이프 음반을 낼 때, 그는 '어거스트(Agust) D'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BTS(방탄소년단) 멤버 슈가. 자신의 솔로 믹스테이프 음반을 낼 때, 그는 '어거스트(Agust) D'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어거스트(Agust) D’는 슈가(Suga)의 단어를 거꾸로 뒤집은 또 다른 이름이다.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데뷔 전 대구 언더에서 활동하던 힙합 크루 ‘D-Town’의 DT와 suga를 그대로 뒤집으면 믹스테이프를 통해 활동하는 솔로 네임이 되는 식이다.

이 이름으로 발표하는 음악은 BTS의 정규 음반과는 완전 다르다. 정규 음반이 나름 최소한의 도덕적 규범과 나름 감동적인 철학을 조금씩 배어 물었다면, 무료 믹스테이프 음반은 팀에서 자아를 완전 독립시켜 그가 끌고 갈 수 있는 영혼의 밑바닥을 이리저리 시험해본다고 할까.

그러다보니, 평범한 언어들이 이 음반에서 그의 욕구를 채울 수 없고 어떤 문장-어떤 운율-어떤 가치들도 식상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어거스트 D의 두 번째 음반 ‘D-2’는 (물론 그 전 첫 번째 음반도 그랬지만) 그런 혼자 사색하고 혼자 느끼는 모든 가능한 것들을 무자비하게 털어놓은 듯하다.

첫 곡 ‘저 달’부터 술 취한 듯한 목소리로 욕설부터 쏘고 본다. 이미 몇 곡 담을지도 모를 노래 한번 해보겠다는 식으로 ‘썰’을 풀고 운율에 맞게 정리하며 부르는 데도 폐부를 찌르는 강렬함이 동반된다. 선율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재미’도 가득하다.

‘대취타’로 넘어가면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는 단어가 듣는 이의 마음을 어떻게 후벼파고, 또 얼마나 끈질기게 사로잡는지 증명한다. 신경노이로제처럼 다가오는 미열 같은 국악 선율이 바닥에서 마음을 살살 긁다가 반복되는 ‘대취타’로 숨막히는 짜증을 유발하는 ‘1악장’이 지나면, 이번엔 반복 어절이 아닌 유려한 래핑으로 훑는 초고속 문장들이 귀를 감각적으로 긴장시킨다.

특히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두고 벌어지는 진짜 ‘왕’에 대한 논란과 의미는 어거스트 D가 의도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에 대한 재미를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영악하기까지 하다.

‘대취타’에 쓰인 한국어를 이해하는 국내 팬은 그 유려한 혀놀림과 가사에 ‘탄성’을 지르고,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 팬은 그 그루브(리듬감)와 감정의 표현력에 혀를 내두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 음반은 발매 직후인 23일 80개국 아이튠스에서 1위, 일주일 뒤 영국 공식 음반 차트에선 7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 가수가, 그것도 무료 믹스테이프로 영국 차트에서 10위 안에 든 건 최초의 일이다.

‘어떻게 생각해?’라는 곡은 분노가 가득 찬 심정을 대변하듯 ‘욕의 진수성찬’을 선보인다. ‘×발, ×도’ 같은 민망한 욕설이 수시로 등장하고, 심지어 운율에 맞춰 합창까지 유도할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욕설과 별도로 곡의 도입부에 삽입된 사이비 교주 짐 존스의 1977년 연설 음성이 샘플링으로 사용되면서 논란이 예상외로 커졌다.

'어거스트 D'로 활동하는 BTS 슈가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음반 'D-2'.
'어거스트 D'로 활동하는 BTS 슈가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음반 'D-2'.

짐 존스는 사이비 종교를 세워 신도들에게 음독 자살을 강요해 918명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보컬 샘플은 프로듀서가 의도 없이 선정했다. 선정 및 검수 과정에서 내용상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곡에 포함하는 오류가 있었다”며 “슈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재발매했다.

글로벌 영향력을 갖는 아티스트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러 논란을 낳았지만, 결과적으로는 10초 분량의 짧은 샘플이 들어간 데다, 의도 없이 ‘분위기 측면’에서 갖다 썼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는) 곡의 형식적 측면보다 (아티스트 색깔을 파악하는) 밀도 있는 구성력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볼 필요는 있을 듯하다.

‘사람’이나 ‘혼술’ 같은 슬로 비트 곡에서 받는 그의 인간적 체취는 ‘나의 평범함은 너의 특별함’ ‘무섭고 도망치고 싶어’ 같은 가사 한 줄에서 음미할 수 있다. 바닥까지 내려놓은 영혼에 대한 ‘제로 탐구’를 시작으로 분노·혼란·정체성 과정을 거쳐 인간 내면으로 돌아오기까지 수록곡 10개는 인간이라는 우주를 여행하는 데 최적의 길을 안내한다.

그 길의 종착역엔 자유로워질 ‘나’(‘Set me free’)와 기억해야 할 ‘우리의 관계’(‘어땠을까’)가 기다리고 있다. 거친 욕설을 퍼붓는데도 위로가 되고, 묵직한 래핑에서 애절한 서정을 듣는 건 ‘어거스트 D’가 남긴 역설의 유혹일까.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