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데드라인'이 온다…세금에 미지급금, 떨고 있는 정유업계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사상 최악의 적자 행진이 이어지는 정유업계가 이달 말 3조원 규모의 '세금 폭탄'을 감당해야 한다. 매달 내야 하는 유류세를 지난 4월 한 차례 유예해줬는데 이달 말에 4월분과 7월분 유류세를 한꺼번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더 이상의 추가 납부 유예는 해주지 않을 방침이어서 정유업계는 3조원에 달하는 세금 부담에 긴장하고 있다.

유류세 추가 유예 무산되나…"정부도 세수확보 비상"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차례 납부를 미뤄준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부가세 포함) 납기일이 오는 7월 말로 다가온다. 정유업체들은 여전히 실적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추가 납부 유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납부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분위기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세청에서는 긍정적 기류가 아직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크게 창궐하던 지난 4월에는 정유업계 정제마진까지 큰 폭 하락해 당시 1조3745억원에 달하는 4월분 유류세 납부 유예를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당시보다는 나아졌다는 국세청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아울러 감면이 아닌 유예인 이상 언젠가는 돌아올 '폭탄'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는 이달 말일까지 기간이 남은 점을 감안 "납세자가 유예를 신청할 경우 법 허용 범위 내 적극적으로 세정 지원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총 14조5627억원인데 이를 바탕으로 7월분 유류세를 역산해보면 대략 1조2000억~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분 유류세와 이번 7월분 유류세를 합하면 유류업계는 최소 2조5000억원이 넘는 유류세 부담이 예상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 추가 유예를 해달라는 입장을 관계부처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정부 입장에선 세수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정유업계는 초유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S-Oil (68,800원 ▼700 -1.01%), SK이노베이션 (107,700원 ▼2,000 -1.82%), 현대오일뱅크, GS (43,750원 ▼1,150 -2.56%)칼텍스 등 국내 정유 빅4사는 지난 1분기에 4조4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6000억원 상당의 적자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에만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5조원 규모의 적자폭을 보인 것이다.

유류세는 간접세여서 정유사들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정유업체가 정유제품 출하 시 미리 유류세를 납부한 뒤 주유소에서 제품이 판매되면 이 세금을 회수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류세까지 낸 정유제품이 잘 팔리지 않으면 정유업계의 경영난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이 경우 기업 현금흐름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최근 정유업체들은 급한 대로 앞다퉈 회사채를 발행해 원유 대금 결제 등 긴급한 용도에 쓰고 있다.

항공유 미지급 대금도 고민이지만…"파산할까봐 독촉도 못한다"

/사진=머니투데이DB

정유업계의 핵심 고객인 항공사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것도 정유업계를 더 힘들게 한다.

국내 정유업계 빅4사 매출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5%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문제는 올 상반기에 항공업계 전체가 심각한 매출난을 겪으며 항공유 대금을 제때 치르지 못하는 것.

급기야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돼 청산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은 아예 항공유 대금을 탕감해 달라고 정유사들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항공유 외상 사태는 비단 이스타항공 뿐 아니어서 정유사들의 입을 바짝 마르게 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스타항공이 파산한다면 미지급 항공유 대금은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혹시나 다른 항공사들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까봐 정유업체들은 항공유 미지급금을 함부로 독촉조차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항공유 소비는 73만배럴로 지난 1월(341만4000배럴) 대비 78.6%나 급감했다. 그나마 국내 여행 수요가 생기며 6월 이후 항공유 소비가 170만6000배럴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가 불거지기 이전인 연초 대비 절반 정도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