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1121억 들인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 정확도 낮아 '무용지물'

/사진제공=로이터/뉴스1

미국 정부가 1억 달러(한화 약 1121억원) 이상 돈을 들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15분 만에 진단할 수 있는 항원 진단키트를 전국 요양시설에 배포했지만 수천 개 이상이 무용지물이 됐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연방정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요양시설에서 최소 2주 동안 진단키트를 가지고 있던 1만3150개 시설 중 약 30%가 해당 키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백턴디킨슨앤코퍼레이션과 퀴델코퍼레이션이 개발한 항원 진단키트를 미 전역에 있는 1만4000개 요양시설에 제공했다. 당시 배포 비용만 1억1600만달러(한화 약 1300억원)였다.

항원 진단키트는 면봉을 이용해 비강에서 채취한 검체로 15분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이 키트는 코로나19가 요양시설에 확산되기 전 조기에 바이러스 확산 억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며 지난 5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승인도 받은 제품이다.

이 항원 진단키트가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확도 때문이다. FDA도 "최종 판정을 위해서는 PCR 검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진단키트를 사용할 때 불필요한 문서화 작업도 동반돼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더 가중시켜서 항원 진단키트가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고 WSJ가 전했다.

신속 진단키트를 제공 받은 요양시설 중 약 4900개는 실험실에서 더 정확한 진단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데만 하루 이상 소요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과 세이트루이스파크에 있는 두 요양시설에서 일주일에 직원 500명을 검사하는 비영리단테 '숄롬커뮤니티연합'의 바버라 클릭 회장은 "신속 진단키트는 필요하지 않다"며 "거짓 음성이나 거짓 양성 반응이 나올 우려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주에서는 항원 진단키트 사용을 지양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요양시설의 코로나19 규정에서 항원 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노스다코타주에서는 항원 검사키트를 사용하는 데 신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스다코타주 소재 요양시설 관리자 샌디 거빙은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이 신속 진단키트는 낭비처럼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