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투기' 노린 외지인, 토지보상 1순위 막는다

(시흥=뉴스1) 조태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정부가 신규택지 후보지로 발표한 광명·시흥 지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 국토부 및 LH 관계공공기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사진은 LH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2021.3.3/뉴스1

앞으로 신도시 예정지에서 보유기간이 짧은 토지소유주는 현금보상 외에 추가로 택지나 아파트 입주권을 부여 받기 어려워진다. 국토교통부가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시, 보유기간에 따른 순위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해서다. 협의양도인택지 신청자격을 보유면적 1000㎡에서 400㎡로 완화하는 안도 재발방지대책과의 조율을 위해 속도조절에 들어간다.

보유기간 짧으면 '협택' 공급 후순위로
25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 관련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발방지대책을 논의 중이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협의양도인택지' 신청 자격에 보유기간을 두는 게 골자다.


협의양도인택지란 공공택지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 과정에서 수용재결까지 가지 않고 협의단계에 토지를 양도하기로 한 토지소유주에게 토지 보상 외에 '플러스알파' 개념으로 주택건설용지를 우선공급하는 제도다. 무주택자인 토지소유주는 주택건설용지 대신 해당 지구에 들어서는 신규 아파트 입주권(협의양도인주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해당 토지를 얼마나 오래 보유했는지는 상관없이, 소유한 토지가 일정면적 기준만 충족하면 공급 대상이 됐다. 면적 기준은 수도권은 1000㎡ 이상, 지방 400㎡ 이상이다. 최근 논란이 된 LH 직원들도 광명시흥 토지를 1000㎡씩 분할 소유하고 있어 '협의양도인택지' 공급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협의양도인택지를 공급할 때 토지소유주의 보유기간에 따라 순위를 정해 차등을 두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안을 논의 중이다.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물량은 사업시행자 재량으로 조절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 물량이 적은 상태에서 보유기간이 짧은 외지인이 후순위로 밀린다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유 기간으로는 5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이 최근 3기 신도시 투기 관련 전수조사 대상을 후보지 발표 5년 전 거래로 정했다는 점에서 5년 이상 보유한 경우는 투기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이다.

면적기준 완화하되 재발방지책과 조율LH 땅투기 사태 이전부터 추진 중이었던 협의양도인택지 면적 기준 완화는 속도조절에 들어갈 전망이다.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적 기준이 완화되면 자칫 투기세력에 혜택이 돌아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1월 협의양도인택지신청자격이 되는 면적 기준을 수도권과 지방과 마찬가지로 400㎡로 낮추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법제처 심사만 남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적기준 완화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주민들과 오래 논의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그대로 갈 것 같다"면서도 "다만 투기방지대책이 조만간 마련되는 만큼 시행 시기 등을 조율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협의양도인택지 신청 자격이 보유기간에 따라 제한되면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유기간이 짧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토지주들은 협의단계에서 토지를 양도하지 않고 수용재결, 이의재결, 소송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7월 예정된 사전청약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 토지보상이 지연돼 본청약, 입주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