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구축이 중요한 이유

김현철 한국인공지능협회 회장

정부는 코로나19의 장기여파로 인한 경제침체에 국가적 대응을 위해서 지난해 5월 디지털 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디지털 뉴딜은 전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돕고 인공지능 생태계 및 인프라 조성을 지원하려는 포석이다. 기술발전이 인간을 포용하며 사회의 균형적 성숙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또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회복에 기여해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도 있다.

디지털 뉴딜에는 12개의 세부 과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부양을 노리는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사업'이 핵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이미 2020년까지 191종의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는 성과를 이뤘다. 올해에도 150종의 데이터 세축 구축을 위한 공모가 진행중이다. 지난 3월25일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돼 40종의 데이터를 추가 구축하는 데 780억원 예산이 증액된다. 사업의 목표는 2025년까지 1300종의 데이터를 구축해 개방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꽃인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한다.


데이터 확보는 곧 인공지능 생태계의 경쟁력이자 필수 동력이다. 인공지능 생태계는 데이터수집-데이터가공-모델링-AI학습-비즈니스 활용의 순환구조를 가진다. 밸류체인의 앞단계에서 데이터를 구축해주지 못하면 뒤로 오는 본격적인 인공지능 적용 분야가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다.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이 인공지능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보편적 데이터 확보에 기여한다.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개별기업이 보편적 데이터를 수집부터 가공까지 모두 도맡아 구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마저도 데이터 구축(수집/가공)에 대한 표준이 이루어지지 않아 품질 확보가 여의치않은 경우가 많다. 공공성을 갖춘 인공지능 데이터확보에 일정한 기준이 필요해서다.

둘째, 인공지능 기반 스타트업 양성에 기여한다. 다양한 학습용 데이터를 정부 주도로 구축해 공개하면 스타트업의 기초체력(Fundamental)을 강화 시킬 수 있다. 스타트업은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서 넘어야 할 시행착오를 줄이고 비즈니스 창출에 집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종 산업으로 침투하면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수도 늘어나고 이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키우는 역할을 하게된다.


셋째,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학습데이터 구축은 '크라우드 워커'라는 신직종을 탄생시켰다. 혹자는 단순노동이라 폄훼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함을 품은 일반인이 사업을 통해서 데이터의 중요성에대한 기초소양을 갖추고 일정한 직무교육을 받게된다. 이들은 단순 업무로 인공지능 생태계에 진입하지만, 결과적으로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를 동반한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넷째, 크라우드소싱은 취약계층의 사회참여를 돕고 코로나발 일자리 위기 극복에도 크게 기여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이 사업에 참여한 전체 인력의 61%(2만3929명)가 취업준비 청년(1만8307명, 47%), 경력단절여성(1646명, 4%) 등 취약계층이었다. 이는 취업 활동이 필요하지만 대면 활동에 제약을 받는 이들에게 이 사업이 최적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사업이다. 디지털 뉴딜 사업이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2025년 1300종의 각종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개방되면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할 개인과 기업들을 잉태하고 키워내는 요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