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안철수 행보에 주가 널뛰기…안랩 홀로서기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뉴스1

"안철수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언제끼지 테마주로 엮어 기업가치가 널뛰기를 해야하나요 "

최근 한 안랩 직원은 이같이 토로했다. 안랩 (63,500원 ▼1,300 -2.01%) 주가가 최대주주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치 행보에 따라 널뛰기를 해서다. 최근 안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약해졌지만 여전히 정치행보의 끝을 맺지 못하면서 회사 내부에서 조차 곱지않은 시선이 이어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보안기업인 안랩이 10년째 정치 테마주로 묶여 기업가치나 대외 평판에서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랩 주가는 이날 전날 종가 대비 1.49%(1000원) 내린 6만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초만 해도 10만원선에도 거래됐던 안랩은 안 대표가 3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궐선거 후보를 양보한 뒤로 30%이상 하락했다. 최근 안 대표의 행보가 잠잠하자 다시 횡보세를 보이는데, 대선정국이 본격화하면 다시 주가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안랩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로 현재 1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정치활동 시작이후 테마주로...10년째 안철수 따라 주가 널뛰기

안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주목도에 따른 안랩주가 변동은 이제 10년째를 맞았다.

2011년 9월 처음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거론된 게 시발점이다. 이후 안랩은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로 안 대표의 입지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했다. 2012년 1월 안 대표가 처음 유력 대선 후보로 부각됐을 때에는 5만원대였던 주가가 16만7200원까지 치솟아 당시 코스닥 시총 2위(1조340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랩 주가 /사진=네이버 금융

같은해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가 이어지면서 조금씩 하락세를 타던 안랩 주가는 결국 11월 안 대표가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자 3만5000원대로 곤두박질했다.

안 대표가 19대 대선 후보로 나선 2017년에도 안랩 주가 흐름은 비슷했다. 국민의당 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던 2017년 3월초부터 5~6만원대였던 주가가 급등하더니 같은 달 31일에는 2배 이상 오른 14만7300원을 기록했다. 당시 2~3주 사이 40% 안팎으로 주가가 널뛰었다.

그러다 같은해 4월 대선 TV 토론회 등을 거치며 안 대표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주가역시 동반 하락세를 탔다. 대선 후 안 대표가 잠시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뒤로는 안랩 주가는 5만원대로 되돌아갔다. 사실상 적정주가를 되찾은 셈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지난해 코로나19 봉사활동 등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하고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에 나서자 또다시 주가가 요동쳤다.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후보 단일화 당일인 지난달 23일 주가는 전일 대비 15.4%가 하락했다.

안랩 주주들 사이에서는 안 대표의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사이 합당 논의가 마무리되면 다시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랩 직원들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 보안업체로서 안랩의 사업활동이나 본원적 가치에대한 주목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져서다. 안랩이 사업 실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정치 테마주에 편승해 단기차익만 노리는 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면 안대표가 차라리 지분을 정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사업 발표해도 꿈쩍 않는 주가…실적조차 '주춤'

일각에서는 안랩 스스로도 안철수 대표의 그늘을 넘어설 획기적 성장세나 변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안랩은 최근 신사업 확장에 나서며 회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안티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 'V3'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클라우드 보안 등 신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LG CNS와 클라우드 보안 사업 협력 업무협약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적 변화에도 안랩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했다. 시장에 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보안 업계가 호황을 누린 속에도 안랩은 업계 평균보다도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보안(물리보안 제외) 업계의 지난해 총 매출은 3조9074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반면 안랩은 전년 대비 6.7% 성장한 1782억원에 그쳤고, 2019년에도 전년 대비 4.5% 성장에 머물렀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안랩이 '안철수'라는 창업자의 존재와 엮여 신경쓰는 일들이 많다보니 투자나 사업 영역 확장 등에서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