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확 올라도 연이자 0.75%만 더 내는 주담대, 오늘 나온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A씨는 집을 구매하며 은행에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2억원을 받았다. 30년 만기로, 현재 금리는 연 2.5% 수준이다. 그런데 A씨는 최근 시장금리가 들썩여 고민이 크다. 현재 매월 79만원의 원리금을 갚고 있는데, 앞으로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A씨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15일 재출시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이용하면 원리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상품은 금리상승폭을 연간 0.75%P(포인트), 5년 간 2%P 이내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이용하는 차주가 연 0.15~0.2%P의 금리를 더 내며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별도 심사 없이 가입할 수 있다. 신규로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는 경우도 가입 가능하다.

예컨대 1년 후 금리가 지금보다 2%P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A씨가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했다면 연 3.4%(현재 금리 2.5%+특약 0.15%+금리 상한 0.75%)의 금리가 적용된다. 월 납부액은 88만4000원으로, 특약 미가입시 내야 하는 100만6000원(연 4.5%)보다 월 12만2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지금보다는 9만4000원만 더 내면 되는 것이다.

다만 1년 후 금리가 현재보다 하락한다면 특약 가입에 따른 금리(0.15%)를 추가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다시 말해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상승기에 유리한 상품인 것이다. 만약 금리변동 위험을 모두 제거하고 싶다면 고정금리 주담대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한다.

금리상한형 주담대와 함께 월상환액 고정형 주담대도 출시된다. 금리상승시 원금상환액을 줄여 총 원리금 상환액을 유지하는 상품이다. 10년 간 금리상승폭을 2%P(연간 1%P)로 제한한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더라도 이자 납부액이 월상환액을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0년 이후 일반변동금리 대출로 전환하거나 월상환액을 재산정하게 된다.

일반 변동금리 주담대에 비해 연 0.2~0.3%P의 금리를 더한 수준으로 이용 가능하며, 기존 대출자도 대환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이용자는 10년간 월상환액 부담이 증가하지 않으며, 금리가 하락한다면 원금 상환이 빨라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 주담대가 나온 건 두번째다. 앞서 2019년 3월 금융당국 주도로 15개 은행이 선보였지만 시장에서 '호응'을 얻진 못했다. 사실상 판매량이 전무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 등으로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매력을 잃었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리상승 우려가 커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 주담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변동금리 대출자들을 새로 출시되는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 주담대로 옮겨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은 작년 말 연 0.91%에서 지난달 18일 기준 1.49%대로 올랐고, 한국 국고채금리 10년물도 같은 기간 1.71%에서 2.041%로 상승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2024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하며 금융권에선 시장금리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과거 상품이 인기를 못 끌었던 점을 고려해 이번엔 비슷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최대 금리 상승 폭을 낮추는 형태로 상품을 다시 내놓게 됐다. 예컨대 당시 연간 1%P로 제한했던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의 최대 금리 상승폭을 이번엔 0.75%로 낮춘 것이다.

아울러 금리상승리스크 완화형 상품 취급 은행들의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 부담을 덜어주고(변동금리 0.3%→리스크 완화형·고정금리 0.05%), 금리리스크 경감상품도 상한이 적용되는 기간만큼은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한다.

한편 정부는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담 확대 대응 방안을 지속 마련해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9월 보금자리론에 '서민우대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3억원(수도권 5억원) 이하 집을 살 때 부부합산소득이 4500만원 이하일 경우 보금자리론 금리를 10%P 우대하는 내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기까지 고정금리인 40년 초장기 모기지가 민간에도 확대 도입될 수 있도록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