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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한-EU FTA 10년이 우리산업에 가져온 메기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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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천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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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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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일 원장
박천일 원장
2019년 아마존닷컴에서 한국의 '갓'이 날개 돋친 듯 팔린 적이 있다. 세계는 왜 한국의 전통 모자에 열광했을까. 신(God)과 발음이 똑같아서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진짜 이유는 넷플릭스에서 유통된 한국 드라마 '킹덤'의 인기에 있었다.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우리 기업들은 OTT(Over The Top)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한다. 넷플릭스에 맞서 티빙, 시즌,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 넷플릭스는 우리나라 OTT 시장이라는 물탱크 속 메기였던 셈이다.

발효된 지 10년이 된 한-유럽연합(EU) FTA(자유무역협정)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메기효과'를 꼽을 수 있다. 2012년 이후 대EU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면서 한-EU FTA를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의 진정한 목표가 체중계 숫자가 아닌 체질개선이듯 한-EU FTA의 실효성을 단순히 숫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유럽 기업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면서 우리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더불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국내 제도를 선진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는 무역수지라는 단순 수치만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FTA의 소중한 성과다.

FTA 발효 초기에는 자동차 관세 철폐로 독일산 고급 승용차가 밀려들어오면서 국내 자동차업계가 위기를 맞는 듯했다. 그러나 일찍부터 유럽산 승용차의 매운맛을 보면서 맷집을 키운 우리 업계는 곧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와 기술을 개발하고 신규 모델을 출시하며 경쟁력 쇄신에 나섰다. 친환경 트렌드를 일찍부터 간파하고 전기차로 신속히 전환한 것 역시 EU와 경쟁에서 얻은 교훈 덕분이다.

한-EU FTA는 국내 제도의 선진화도 촉진했다. 한-EU FTA는 출범 당시 환경과 노동 관련된 규정까지 포함한 가장 포괄적이고 선진적인 무역협정이었다. 제도의 개선은 단순히 협정문 문구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EU가 우리나라의 노동 관련 협정문구 위반을 제기하며 분쟁해결 패널이 가동됐으나 FTA 전문가 패널은 결국 제도를 정비한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

유럽은 공략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은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EU 27개국의 다양한 수요와 소비자의 높은 요구수준을 만족시키면서 EU의 고급제품들과 경쟁해야 했다. 이제 EU가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과도 FTA를 발효 중이므로 EU 시장에서 이들 국가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EU 시장을 공략할 적기다. 발효 10년차를 맞은 한-EU FTA 덕분에 우리 제품의 관세절감 효과는 경쟁국보다 크다. 또한 지난 10년간 EU 제품과 경쟁하면서 우리 제품들은 EU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EU의 친환경 제품 수요증가와 환경, 노동, 인권 이슈에 대한 높은 관심, 그리고 중국에 치우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EU 시장에 다시 한 번 주목하고 FTA를 더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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