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전면승인, 국산 백신은 언제쯤? "맞춤형 지원 절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경기 성남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아 코로나19 백신 개발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화이자의 코로나19(COVID-19) 백신이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FDA 문턱 통과에 백신 신뢰도 상승이 기대되는 한편 국산 백신 탄생 시점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진다. 국산 백신의 경우 내년에야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개발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의 연구 속도와 기술 경쟁력 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업계에선 각 기업의 수요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단 의견이 적지 않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 외 기업의 백신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기대감이 크지 않단 우려의 시선도 있다.


미국 FDA는 23일(현지시간)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전면 승인했다. 엄격한 잣대를 보유한 FDA 기준을 충족한 백신 탄생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방향성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단 평가다.

화이자 품목을 포함한 4개사 제품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인 국내 예방접종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접종자의 0.03%에 불과하지만, 돌파감염 사례가 꾸준히 나오면서 백신 신뢰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존재했기 때문이다. 국내 접종에 사용 중인 화이자 백신이 FDA 정식 승인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만큼 관련 우려 역시 한층 사그러들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른 국내 접종 백신인 모더나와 얀센 백신 역시 FDA 정식 허가를 신청하거나 준비 중이다.

백신 신뢰도 향상에 접종률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근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과 같은 수급 불안정성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백신의 신속한 도입에 애를 먹은데다 재발 가능성이 존재하는 제조사 생산 차질은 여전한 부담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부스터샷(추가접종) 필요성 대두 역시 백신 자급화 필요성을 높이는 요소다.


궁극적 해결책으론 역시 국산 백신의 탄생이 꼽힌다. 현재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중 가장 앞서 있는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 (59,500원 ▼600 -1.00%)다.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 2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이달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합성항원백신 'GBP510'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약 4000명의 글로벌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는 이달, 해외는 9월까지 환자 모집을 마치고 투여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유바이오로직스 (12,810원 ▲80 +0.63%)와 HK이노엔 (37,650원 0.00%), 제넥신 (7,270원 ▲110 +1.54%), 진원생명과학 (2,380원 ▼25 -1.04%), 큐라티스, 셀리드 (3,765원 0.00%) 등 6개 기업이 임상을 진행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더딘 상태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어스를 제외하면 충분한 개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 임상 1상에서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백신 개발 속도와 향후 임상 시험 난관 등을 감안하면 출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개발 능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백신 접종자가 늘어날수록 임상 시험도 어려워지는 만큼 개발이 더 진전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시장 5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기대감이 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개발사들의 능력을 철저히 검증한 후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협회 부회장은 "1상 시험만 계속 하는 국내 개발사도 있다"며 "이런 회사가 정부 용역사업에 계속 들어가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우물을 파야 될 때 여러 개 우물을 파면 물이 나올 수 없다"며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특히 국산 백신 상용화 목표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정해진 만큼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부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목소리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도 최근 원활한 국산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위해 참여 증명서 발급을 비롯한 자원봉사 시간 인정, 공공시설 이용요금 할인 또는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내세웠다. 각 기업이 개발 단계에서 가장 애를 먹는 변수인 임상시험 환자 모집기간을 단축해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시급한 것은 안정적으로 임상시험자를 모집하고 임상시험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최대한 신속하게 높은 품질의 우수한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센티브의 동기부여 효과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임상시험 참여 증명서의 경우 국립과학관을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 입장료 할인과 면제 정도에 그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면 받게 되는 수험표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임상시험 참여 유도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해외 승인 과정에서도 발목을 잡힐 수 있어 무턱대고 보상을 높이기도 어렵다. 울며 겨자먹기로 애국심에 기댄 임상시험 참여 독려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위해 개별 개발사를 위한 맞춤형 지원 필요성에 입을 모은다. 국내 7개 백신 개발사가 대형사부터 바이오벤처까지 다양한 구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괄적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각 사별 필요한 요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산 백신을 개발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백신 개발사의 규모와 특성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가뜩이나 소액인 정부 지원금을 각사에 균등 지원할 경우 자금력이 충분한 대형사가 느끼는 실효성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작은 기업에 지원금을 더주는 방식보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엔 금전적 지원에 집중하고 대형사엔 그 외 개발 속도를 촉진할 수 있는 다른 요소에 중점을 두는 맞춤형 지원에 대한 고민이 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