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역선택 방지 문항' 내홍… 후보들은 '반대' 더 많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선룰 의견 청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9.1/뉴스1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본격적인 경선 룰 논의에 돌입한 가운데 '역선택 방지 문항'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선후보들의 찬반 의견이 분명하게 엇갈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전망이다. 경선 룰에 대해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힌 선관위는 대선후보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리겠단 입장이다.

'역선택 방지 문항' 의견 들은 선관위… 윤석열·최재형 '찬성' vs 홍준표·유승민 '반대'선관위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경선 룰에 대한 대선후보 대리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역선택 방지 문항 찬성, 반대 진영과 각각 오후 2시30분, 4시에 따로 만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대표 대리인은 찬성을,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박진 의원,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등 8명의 후보 측에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역선택 방지 문항 논란에 "선관위가 이 문제를 결론지어야 한다. 어떤 안도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선관위의 월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 등 비판에 대해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정 위원장은 "경준위는 선관위가 발족하면 일을 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온갖 안을 만들고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을 했다"며 "따라서 경준위에서 어떤 안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확정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확정 안이 되려면 당헌당규에 규정되거나 최고위 의결이 거쳐야만 한다"며 "경준위는 그런 걸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최고위에서 역선택 방지 문항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밝히면서 "확정 안이 있는데 그것을 변경하려고 하느냐 하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역선택 방지 문항은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를 묻기 전에 국민의힘 지지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문항을 넣어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방지하는 것이다. 앞서 경선준비위는 역선택 방지 문항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선관위가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헌 제99조(여론조사 특례)는 '당이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역선택 방지 문항 도입을 주장하는 진영의 핵심 근거다. 다만 강제가 아닌 선택 조항이기 때문에 선관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선관위는 오는 2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은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일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KOTE에서 열린 공정개혁포럼 창립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1.9.1/뉴스1

깊어지는 내홍… 반대 "실효성 없다" vs 찬성 "반드시 필요"유승민 후보가 전날 공개적으로 정 위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하는 등 역선택 방지 문항이 촉발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찬반 진영은 선관위 간담회 직후 명확하게 엇갈리는 입장을 발표했다. 유 전 의원 캠프 오신환 상황실장은 "실효성도 없고 실제 이뤄지지도 않는 그런 조항을 가지고 경준위에서 최고위에서 추인한 안을 손바닥 뒤집 듯 뒤집는다면 결국 경선은 파행으로, 당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며 "외연 넓히고 확장하는 개방 경선으로 가야 함에도 이런 논란을 겪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대하는 후보자 8명에게 설득되지 않는 룰 갖고 장난치게 되면 결국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며 "특정 캠프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자는 것인데 어떤 뛰는 선수가 인정하겠냐"고 반문했다.

유승민(왼쪽),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8.25/뉴스1

윤 전 총장 측 장제원 총괄실장은 "최근에 나온 다양한 여론조사가 반드시 (역선택 방지 문항이)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국민의힘 후보 간 가상대결에선 두 자릿수 이상 지지받는 분이 양자 대결로 가면 또는 민주당 후보랑 합쳐서 다자대결로 가면 단자리로 떨어지는 조사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