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수소 뜰 일만 남았다…내년 바뀌는 법안 뭐길래?

태양광

내년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업체의 수주 실적이 좋아질 전망이다. 미뤄진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도입도 내년엔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수소연료전지 발주도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발전사가 공급해야 할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은 올해 9%에서 내년 12.5%로 3.5%p(포인트) 상향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의 상한도 기존 10%에서 25%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이 필요로 하는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격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RPS 비율을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등으로 단계적으로 올려 2026년까지 법정 상한인 25%에 이르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RPS는 500MW(메가와트) 이상의 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RPS 비율은 2%로 시작해 2017년 이후 매년 1%p 상승했다. 2022년부터는 10%로 고정됐지만, 이번에 상향 조정한 것이다.

발전사가 RPS 의무비율을 못 채울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공급했다는 인증서인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해 충당해야 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REC 예상 수요는 6280만REC로 올해보다 3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요가 몰리면 REC 가격도 올라간다.


실제로 정부가 내년부터 RPS 비율을 높이겠다고 예고하자 REC 현물가는 4만원에 육박하는 등 오르고 있는 추세다. 지난 7월 2만9542원으로 저점을 찍었던 육지 REC 현물가는 이달 넷째주 3만9900원에 거래됐다. REC 가격이 올라가면 발전사업자들의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코오롱글로벌 경주 풍력발전사업 전경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를 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올해 REC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지난해보다 태양광 시장 규모가 10% 이상 줄었다"며 "내년에 RPS 비율이 늘어나면 REC 구매량이 늘면서 가격 안정화에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너지공단은 최근 해상풍력 개발에 사용되는 주요 부품들의 국산화 비중이 50%를 넘을 경우 REC에 가중치를 부여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역시 두산중공업, 효성 등 국내 풍력기자재 업체에 호재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RPS 비율 상향도 의미가 있지만, 풍력의 경우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면 REC에 가중치를 주기 때문에 발전사들도 이제부터 국산을 쓸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며 "국내 풍력기자재 업체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퓨얼셀 연료전지/사진제공=두산퓨얼셀

올해 하반기 도입이 예상됐던 CHPS도 내년에는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CHPS가 도입되면 그동안 미뤄졌던 수소연료전지 신규 발주도 쏟아질 전망이다. 발전사들은 이미 필요 REC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료전지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퓨얼셀의 경우 올해 신규 수주가 128MW(메가와트)로 기존 수주 목표 142MW의 90.1%를 달성하는 데 그쳤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퓨얼셀 관계자는 "내년 CHPS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에서 나오는 발주 물량들이 있을 것"이라며 "두산퓨얼셀 연료전지의 경우 효율이 높아 가산점도 있어서 내년 수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최근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이 통과되면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산업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내년에 2차 인프라법안으로 불리는 1조7500억 달러 규모의 BBB(Build Back Better)까지 통과되면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BBB법안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기술 관련 투자에 부과되는 세금의 일부를 공제하는 ITC(Investment Tax Credit) 공제율 30%를 2031년까지 연장하고, 태양광 생산세 공제 등의 제도를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린수소 생산과 사용에 대한 민간 투자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한화큐셀, 한화에너지 등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 올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